미국 대선 흑인대통령 탄생

[특파원 칼럼] 속내 드러내는 美백인들(2008.9.20)

joon mania 2015. 7. 29. 17:48

[특파원 칼럼] 속내 드러내는 美백인들(2008.9.20)



선거란 다 그런거라고 했다. 


아무리 그래도 선뜻 이해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다. 그들의 과거 행태를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내심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것일까. 11월 4일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 얘기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에게 밀리기만 하던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욱일승천 기세가 놀라울 정도다.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새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의 부상 이후 일이다. 


시간대별 흐름으로 보면 민주당 후보로 갔던 표심이 공화당 후보에게 서서히 옮겨온 듯이 보인다. 그렇지만 여론조사 기관들이 발표한 지지율 수치 추이는 마치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처럼 단 며칠 사이에 출렁거렸다. 


민주당 전당대회 중간인 8월 27일 나온 후보 지지율에서 매케인은 오바마를 앞질렀다. 9월 2일 공화당 전당대회 이틀째에 발표된 갤럽의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후보는 마의 벽인 50% 지지율을 돌파했다. 매케인 후보를 8%포인트나 앞섰다. 전당대회를 모두 마치고 난 뒤인 나흘 후 갤럽 조사 결과 매케인은 48%로 마침내 오바마를 3%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 비슷한 시기 USA투데이 조사에서는 매케인이 54%로 오바마를 무려 10%포인트 앞지르는 것으로 발표됐다. 불과 열흘도 안 되는 사이에 양당 후보 지지율이 시소게임처럼 우왕좌왕한 셈이다. 


지지율 변동에 영향을 미친 변수는 있었다. `페일린 효과`다.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후 페일린은 각종 스캔들로 민주당을 오히려 유리하게 만드는 듯했다. 17세 고교생 딸의 임신 사실 공표는 후보 사퇴까지 가는 것 아니나는 관측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페일린은 보란듯이 역전타를 날렸다. 전당대회 셋째날 후보 수락 연설에서 당당하게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이후 페일린의 인사 전횡이 속속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지만 지지 박수에 가려져 그냥 넘어가고 있다. 좀처럼 의사 표현을 하지 않던 보수층이나 우파 성향의 중도파들은 페일린 등장 이후 좋은 핑곗거리를 만났다는 듯 내놓고 공화당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매케인을 `이단아(매버릭)`로 취급하던 공화당 내 보수 본류들도 페일린 부통령 후보를 매개로 매케인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CBS 조사에서 매케인 후보 지지자의 85%가 페일린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것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무당파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호감도 조사 역시 페일린은 46%에 달했다. 갤럽 조사를 보면 무당파 유권자들의 매케인 지지도는 공화당 전당대회 전 40%에서 대회 후 52%로 올라갔다. 


백인 남성 중 매케인 지지파는 오바마에 비해 25%포인트나 많다는 집계다. 백인 여성의 매케인-오바마 지지율 격차는 11%포인트다. 


미국의 백인 유권자들은 최초의 흑인 대통령 후보 오바마를 놓고 명분에서는 반대하지 못하지만 내심 찜찜했을 것이다. 그에게 표를 주지 않으면 역사를 거스르는 것 같고, 21세기를 향한 시대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입 다물고 있었지만 이제 핑계를 찾았으니 본색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1964년 린든 존슨 후보 이후 40여 년 간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단 한 사람도 백인표에서 공화당 후보를 앞지른 적이 없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 후보 오바마도 결국 인종장벽에 무릎을 꿇고 말 것인가. 올해 미국 대선에서 최대 변수는 누가 뭐라 해도 역시 인종문제인가 보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 yoon218 @ 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