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속의 한국인들
[한상 성공스토리] 상오 디벨롭먼트 최상오 회장(2008.10.17)
joon mania
2015. 7. 31. 14:16
[한상 성공스토리] 상오 디벨롭먼트 최상오 회장(200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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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착수한 1차 프로젝트는 1억달러 규모 주상복합단지 조성이다. 이 사업을 발판으로 그는 워싱턴DC 시 정부 위촉을 받아 `뉴타운 프로젝트` 개발위원으로 어엿하게 참여한다.
주인공은 최상오 `상오 디벨롭먼트` 회장(62ㆍ사진)이다. 그의 요즘 하루 일과는 두 가지로 나뉜다. 절반은 야채ㆍ과일 도매상 대표로서 일이다. 근 32년째 하고 있는 야채와 과일 도매상은 여전히 손에서 뗄 수 없는 그의 천직이다. 나머지 절반의 시간은 재개발 사업 추진에 할애한다. 최근에는 점차 후자쪽에 일과 정열을 쏟는 비중이 더 커지고 있다. `상오 디벨롭먼트`는 두 사업을 총괄해 사령탑 역할을 하는 지주회사격이다. 회사명도 자신 이름을 따서 설립했다.
그 산하에 게이트웨이 마켓 센터, 뉴타운 개발, 삼왕 프로듀스(삼왕식품), 버지니아 골프센터, SWP 등 5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최 회장은 누가 뭐라고 해도 미국 동부에서 알아주는 야채 도매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부동산 개발업자로 불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한평생의 사업으로 삼고 있는 워싱턴DC 동북부 지역 재개발 프로젝트에 몸을 던지기로 작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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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사업을 한 지 10여 년 만에 삼왕식품은 미국 동부 일대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워싱턴DC와 뉴욕 일대 동부지역은 물론 북쪽으로는 시카고, 남쪽으로는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지역에까지 단골 주문처가 생겼다.
그는 본업이 야채상이었지만 지난 80년대 이미 재개발 사업에서 솜씨를 한번 보여준 적이 있다. 야채 가게 `플로리다 마켓`을 당시 개념으로는 재개발해 세운 것이다. 화재 후 폐허처럼 내동댕이쳐 있던 지역을 다시 세우겠다고 하니 시정부로서는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시정부는 주차장, 수도, 전기, 하수시설 등 관련 부대시설을 제공하면서 그를 적극 지원했다.
25년 만에 다시 추진하는 이번 재개발 사업으로 조성될 시장의 이름은 `게이트웨이 마켓(Gateway Market)`이다. 과거 플로리다 마켓을 키워 놓은 솜씨로 이제 게이트웨이 마켓을 워싱턴DC의 새 중심 상가지역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이다.
게이트웨이 마켓 사업은 사실 시정부 산하 다운타운개발위원회가 먼저 제의했다. 3명의 유대인 사업가가 손을 댔다가 실패하고 보류돼 있는 상태에서 최 회장에게 일을 맡아 추진해 보라는 권유가 왔다. 워싱턴DC 시의원 13명 가운데 12명이 찬성하며 동의해줬다. 에이드리안 펜티 현 DC시장은 당시 동의를 한 시의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12층 규모 주상복합 건물이 완공되면 1층부터 3층까지는 `플로리다 마켓`에 있는 아채, 과일, 생필품 상가들이 옮겨 입주한다. 재래식 야채, 과일 도매상이 이제 초현대식 건물에 마련된 상가에서 고객들을 만난다. 4층은 헬스센터 등 공동 시설이다. 5층부터 12층까지는 주거층으로 이 가운데 20%는 이미 시정부에서 소화해주기로 계약을 맺어 둔 상태다. 워싱턴DC 시정부는 지역 재개발 사업을 촉진하는 취지에서 최 회장처럼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다운타운 재개발 단지 주거물량 중 일정 부분을 소화해준다. 시정부 공무원들에게 공급하거나 특정 목적의 관사 용도로 쓰기 위해서다.
시정부는 의사당 청사에서 5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이곳에 2005년 지하철 메트로 역을 만들어 개발을 위한 사전 토대를 마련해 줬다.
게이트웨이 마켓을 둘러싼 일대의 전체 사업 명칭은 `캐피털시티 마켓 뉴타운`이다. 25에이커(3만여 평)에 세워지는 거대 프로젝트인 셈이다. 뉴타운 사업은 뉴욕의 타임워너센터 개발사업을 맡았던 부동산개발회사 `아폴로 그룹`을 시행사로 내세워 추진한다. 최 회장은 전체 프로젝트에 시정부 산하 개발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다. 30명의 개발자문위원 가운데 아시아계는 최 회장이 유일하다. 야채상인 최 회장의 부동산에 대한 안목은 남달랐다. 80년대 초부터 돈이 생기면 워싱턴DC 인근 외곽지역의 땅을 과감하게 사들였다. 워싱턴DC 남쪽의 버지니아주 클리프턴에 있는 골프연습장은 복합주택단지로 얼마든지 개발이 가능한 곳이다. 워싱턴 인근 세인트 메리 카운티에는 골프장을 2개쯤 짓고도 남을 정도의 넓은 땅을 사두고 적절한 개발 시점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최 회장은 "연방 정부가 몰려 있는 워싱턴DC라는 지역적 특수성 때문에 DC 다운타운으로 출퇴근하며 살아야 하는 수요층은 절대로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이런 배경에서 워싱턴DC 다운타운과 가까운 지역의 부동산 시장은 쉽게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006년 상반기를 정점으로 그해 하반기부터 꺼지기 시작한 미국 부동산 경기는 워싱턴DC 인근에도 지역별로 두드러진 부침을 보이고 있다. 최 회장은 그런 혼돈기 속에서도 워싱턴DC 다운타운 지역 동북부의 개발 가치를 미리 보고 오랜 기간 공을 들여왔다. 게이트웨이 마켓은 2009년 초 공사를 시작해 2011년이면 문을 열 것으로 기대한다. 의사당과 가깝지만 미개발 지역으로 남아 있던 워싱턴DC 동북부 일대는 뉴타운 조성 사업 계획에 힘입어 부동산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가격 오름세를 보였다고 한다.
■ 성공노하우…10만달러 외상까지 선뜻 주며 신뢰 쌓아
= 최상오 회장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현재 미국 경기침체가 그의 35년여 이민생활 중에서 두 번째로 심각하다고 규정했다.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부동산 경기는 앞으로 길게 2~3년가량 암울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이후 은행 대출이 까다로워진 데다 최근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더 심해져 결국 일반 가계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최 회장은 강조했다.
지난 35년간 그의 이민 역사 가운데 미국 경제가 가장 심각했던 때는 지미 카터 전 행정부 시절이다. 당시 미국은 국제유가 급등에 시달리다 결국 강제적으로 홀ㆍ짝수 차량 운행을 실시했다. 심지어 차에 가솔린을 넣기 위해 주유소에 가서 줄을 서야 했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최 회장은 지금의 경제위기는 당시에 비해 어찌 보면 덜 심하다고 진단했다. 가계 수입과 생활 정도가 절대 수준에서 높아진 점도 있지만 경제위기가 가계와 개인에게 직접 영향을 주기까지 이런저런 완충장치들이 늘어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미국 땅에 맨손으로 이민을 와 부를 일궈낸 최 회장의 생존전략은 단연 신용 유지다. 상거래에서 어느 것보다 중요한 신용을 지켜야 나중에 사업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이나 거래처에서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첫째 철칙이다.
그가 야채 도매상으로 튼튼하고 안정적인 거래처를 늘릴 수 있었던 것도 신뢰를 쌓은 덕분이었다. 그는 상대방을 믿기만 하면 냉동트럭 한 차에 10만달러어치 고급 열대과일도 외상으로 주고 나중에 대금을 받았다고 한다.
물론 신뢰의 출발은 제품 품질에 달렸다. 경쟁 업체에 비해 삼왕식품 야채와 과일은 항상 신선도를 유지한다는 믿음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준 결과, 미국 동부지역 웬만한 야채상들은 모두 그를 찾아와 납품해 달라고 할 정도였다.
야채상으로서 신뢰 구축이 몸에 배어 있는 최 회장이 향후 주력해야 할 사업인 부동산 개발 분야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신뢰를 쌓을지가 관심사다.
최 회장은 "야채상이든 부동산 개발업이든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며 "모든 상거래에는 `신뢰가 우선`이라는 똑같은 원칙이 예외 없이 적용되게 마련"이라고 역설했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