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변화 요구가 인종 장벽 넘었다(2008.11.6)
경제·변화 요구가 인종 장벽 넘었다(2008.11.6)
새로운 리더십-금융 위기 해법부터 내놓아야
역시 경제였다.
사상 초유의 금융 위기로 본격화된 경기 침체에 미국 국민들은 경제 회생을 이뤄낼 새로운 리더십을 선택했다.
경제 이슈에 대한 관심과 주문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외친 `변화`와 맞물렸다.그리고 미국 국민들은 변화를 위해 인종이라는 장벽을 뛰어 넘었다.뉴욕타임스는 "국민들이 첫 흑인 대통령을 선택함으로써 과거 미국 정치의 인종 장벽은 철거됐다"고 선언했다.
4일(현지시간) 실시된 제 44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47) 후보가 당선됐다. 오바마는 미국 건국이래 232년만의 첫 흑인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이날 선거에서 오바마는 538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338명을 확보해 159명에 그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를 눌렀다. 경합지역으로 분류되던 플로리다, 오하이오, 펜실베니아,버지니아 등 과거 공화당 지지 성향 지역에서 대부분 승리를 거둔 덕분이다.
일반 유권자들의 득표율에서는 52%로 매케인 후보에 비해 5% 포인트 앞서는데 그쳤다.선거일 직전까지 지지율에서 8~10%포인트 안팎의 우세를 보였던데 비하면 실제 득표에서는 적지 않은 괴리를 보인 셈이다. 전국 득표율에서 이처럼 예상과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를 얻은 것은 백인 부동층의 `흑인 대통령에 대한 망설임`이 아직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 당선인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또 하나의 과제다.
민주당은 이날 선거를 통해 상원에서는 56석을 장악하면서 40석에 그친 공화당에 대해 절대 우위를 확보했다. 또 하원에서도 241석으로 160석의 공화당을 압도했다.(한국 시간 5일 오후 4시 현재)이로써 민주당은 의회와 행정부를 모두 장악하는 일방적인 정치구조를 만들어냈다.
CNN은 투표를 마치고 나온 유권자 대상 출구조사에서 투표에 가장 영향을 미친 기준으로 경제 이슈를 지적한 응답자가 62%에 달했다고 전해 경제가 선거의 승부를 가른 기준이었음을 보여줬다.이라크전쟁(10%),테러리즘(9%),의료보험(9%) 등은 우선 순위에서 크게 뒤지는 이슈였다.
오바마 당선인은 이같은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해 금융 위기 해법 제시와 수습 방안 제시부터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정권 인수를 위한 협의와 함께
차기 정국 구상의 핵심은 금융 위기에 대한 대국민 선언이어야 하는 셈이다.
오바마는 이런 점을 겨냥한듯 4일 밤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 그랜트 파크에서 열린 당선 연설에서 "이번 선거는 여러가지 면에서 시작일 뿐"이라며 "우리의 앞길은 길고 험난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원했던 변화를 위해서는 승리에 취해 있기만 해서는 안된다"며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당선자가 처한 환경을 지난 1932년 대공황 당시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정권 인수 시기와 흡사하다고 비교한다.금융 위기로 흔들리고 있는 미국호가 처한 상황이 그만큼 급박하다는 의미다.
오바마 당선인은 당장 오는 15일 워싱턴DC에서 열릴 G20 정상회담에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미국의 새로운 지도자로서 세계 정상들에게 차기 정부의 경제 운영 방향을 분명히 보여주면서 금융 위기 수습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보여줄 것이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미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하기 전이라도 주요 경제정책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