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서브프라임과 리먼 사태
폴슨 재무, 구제금융방식 황급히 바꾼 이유는?(2008.11.14)
joon mania
2015. 7. 31. 16:22
폴슨 재무, 구제금융방식 황급히 바꾼 이유는?(2008.11.14)
금융사 부실채권 인수안하고 카드ㆍ학자금 대출 우선
| ||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지난 12일 열린 회견에서 "금융회사로부터 부실채권을 인수하는 계획을 폐기하는 대신 은행에 자본 투입을 계속하는 한편 소비자 금융 부문에 대한 지원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당장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 부실채권 인수에 시간과 돈을 들이는 대신 금융회사에 직접 자본을 투입해 대출 여력을 늘려주고 신용위기가 심각한 소비자금융 부문의 급한 불을 끄겠다는 것이다.
구제금융 세부 실행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금융회사에 대한 자본 투입이다. 대상은 상업은행에만 그치지 않고 보험 등 다른 부문으로도 넓혀갈 가능성이 높다. 비은행 금융회사에도 자본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동차할부금융회사나 신용카드회사들에 생긴 유동성 위기 때문이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카드는 실제로 정부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비은행 금융사들은 예금을 취급하지 못하면서 대출채권 유동화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으나 최근 채권시장 경색으로 자금난에 봉착했다.
둘째는 소비자 금융 부문에 대한 지원이다. 폴슨 장관은 신용카드 대출, 자동차 할부금융, 학자금 대출 등을 취급하는 비은행 금융회사들에 대해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가계 소비지출과 직결된 이 부분이 무너져 내리면 경기침체 양상이 훨씬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가계의 위기는 늘어나는 실업률과 소비 위축에서 확인된다.
미국 노동부는 11월 3~8일 실업수당을 신청한 사람의 수가 일주일 전보다 3만2000명 늘어난 51만6000명으로 2001년 9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고 13일 밝혔다.
또 1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한 실직자 수도 389만7000명으로 증가해 1983년 1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국내 소비지출이 줄어들고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9월 무역적자는 8월 591억달러보다 4.4% 줄어든 565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1년 새 가장 적은 적자 폭이다.
당초 재무부는 의회에 공적자금 7000억달러를 요청하면서 이 돈으로 금융회사들의 모기지 관련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주택시장 붕괴로 주택담보대출 연체가 심화되고 이로 인해 모기지 관련 채권 부실화로 금융회사들 신용경색이 초래됐기 때문에 부실채권 인수가 금융위기 수습의 핵심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생각을 바꿨다. 상황도 변했다.
이 같은 변화의 근본적인 배경은 따로 있다. 부실자산 매입을 시작해도 금융회사별 부실채권 보유 실태를 조사하고 역경매 방식으로 인수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부실채권 인수 가격 산정이 간단하지 않은 데다 헐값에 채권을 인수했다가는 금융회사들 재무상태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폴슨 장관은 "최근 몇 주일에 걸쳐 금융회사들의 모기지 관련 부실채권 인수에 따른 효과를 정밀 조사한 결과 현시점에서 금융회사들 부실채권 매입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공적자금 가운데 2500억달러로 은행에 직접 자본을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한 결과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현재까지 금융회사 50여 곳이 총 1720억달러 자본 투입을 승인받았다. 은행으로서는 자본금이 늘면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이 올라가기 때문에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고 본업에 다시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을 맞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는 원칙을 잃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