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흑인대통령 탄생

루비노믹스의 진실…`美국익 위주` 압력 거세질듯(2008.11.26)

joon mania 2015. 7. 31. 17:36
루비노믹스의 진실…`美국익 위주` 압력 거세질듯(2008.11.26)
균형예산ㆍ금융규제 완화등 주창했지만 적자재정ㆍ규제 강화등으로 수정 불가피

버락 오바마 차기 미국 행정부의 경제 정책을 이끌 면면이 `루비니스트`들로 채워지면서 이른바 `루비노믹스`란 오바마 시대를 이끌 경제논리에 아시아권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루비노믹스`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국 경제를 이끌었던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이 실행한 일단의 경제 정책에 대한 개념적 표현이다. 지난 1980년 이후 미국 경제를 주도해온 공화당의 `레이거노믹스`에 맞서 민주당의 클린턴 행정부가 내세운 맞불 전략이었다. 

하지만 아시아 등 신흥경제권에서 느끼는 `루비노믹스`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경제적 이념이나 논리를 넘어 1997년 말 아시아를 강타한 외환위기와 연계돼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이번에 발탁된 오바마 경제팀의 두 축인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내정자와 로런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내정자는 루비노믹스의 선봉에 섰던 사령관들이다. 서머스는 클린턴 정부 때 루빈 재무장관의 바통을 이어받은 인물이다. 가이트너는 서머스 재무장관 때 차관을 지냈다. 서머스의 `제자`인 셈이다. 

루비노믹스는 균형 예산, 정부의 적절한 시장 개입, 자유무역, 금융규제 완화, 강한 달러 등으로 특징된다. 세금 인상 등을 통한 재정 안정으로 금리 하락을 유도해 꾸준한 경제성장을 이룬다는 구도다. 

루빈은 90년대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국 경제를 초유의 성장과 안정으로 이끄는 데 성공했다. 레이건과 부시로 이어지며 쌓여 있던 재정 적자를 흑자로 돌려놨고, IT(정보기술)와 벤처기업을 동력으로 신경제라는 개념까지 만들어가며 미국 경제의 성장을 일궈냈다. 그 덕에 루빈 장관은 미국 역사상 가장 유능한 재무장관으로 기억되고 있을 정도다. 

반면 외환위기 당사국들엔 루비노믹스는 악몽과도 같다. 외환위기를 틈 타 아시아 각국의 산업ㆍ기업이 미국 자본에 속속 넘어갔던 경험 때문이다. 

루빈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미국 측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보복관세 슈퍼 301조를 이용해 대외 경제전쟁에 나섰지만 효과를 내지 못한 뒤 `아시아 외환위기`를 빌미로 미국의 경쟁력을 되찾고 팍스 아메리카나를 실현시킨 셈. 

루비니스트를 중심으로 강력한 미국을 재건하기 위해 기관차가 달리면 그 길에 주변국은 금융ㆍ의료ㆍ서비스 등 시장을 더욱 열어젖히도록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반면 자국에 불리한 자동차 등 산업에는 다시 보호의 장막을 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미 루비노믹스에 대한 과거의 긍정적 평가가 이면에 가려 있는 부작용과 과실로 인해 반감됐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루빈이 주도한 금융 규제 완화는 지금 닥쳐 온 금융위기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 

은행-증권-보험 등 업종 간 허물어진 벽은 결국 거대 투자은행 출현을 촉진했고 파생금융상품 개발과 운용에서 자체 규제와 내부 단속에 실패한 투자은행은 세계 금융권 전체를 흔든 만큼 루비노믹스에 원죄가 있다는 얘기다. 

루빈의 재무장관 재임시절 불거진 남미ㆍ아시아의 외환ㆍ금융위기도 미국의 강한 달러 정책에서 한 요인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전문가들은 새로 출범할 오바마 행정부의 상황이 90년대 식의 루비노믹스를 그대로 재현하기엔 너무 급박하고 다르다고 지적한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가 공약한 경제 정책 방향이나 현재의 상황은 루비노믹스가 지향하는 것과는 다른 대응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경제를 나락으로 밀어넣고 있는 사상 초유의 금융위기는 금융 규제 강화 필요성을 오히려 고조시키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경기 침체는 균형 재정이 아니라 막대한 재정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수천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루비노믹스는 현재의 위기상황을 감안해 기존의 원칙을 수정하는 새로운 노선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경제정책연구소(EPI)의 제러드 번스타인 이코노미스트는 "루빈과 한 신문에 공동 기고를 쓰면서 정부 지출이나 규제, 교역 문제 등에서 과거의 견해 차가 크게 줄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루비노믹스의 행동대장인 서머스도 최근 잇단 기고에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오바마 당선인의 경제 정책 자문역인 오스턴 굴스비 시카고대 교수는 "경기부양책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고 이를 뒷받침했다. 

결국 루비노믹스 신봉자들도 재정 적자 확대를 감수하면서 세금 인하와 경기부양책을 쓰는 변종 정책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