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서브프라임과 리먼 사태

경기 살아날때까지 달러 무제한 푼다(2008.12.18)

joon mania 2015. 8. 1. 20:42
경기 살아날때까지 달러 무제한 푼다(2008.12.18)
"대공황으로 가느니 차라리 거품이 낫다" 판단
이마저도 실패하면 방법이 없는 `배수진 카드`

◆금리의 종언 … 美 통화정책이 바뀐다◆ 

`끝 모르는 침체의 나락으로 빠지는 경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사실상 무제한의 통화 공급을 선언한 것이다.` 

지난 15일부터 이틀간 열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결정 회의 후 나온 조치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렇게 평가했다. 

경기 급락을 막기 위해서는 FRB가 `어떤 조치든 취할 수 있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줬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두 가지다. 

우선 정책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운용하는 것이다. 연방기금 금리를 0~0.25%에서 유지하겠다는 발표는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로의 진입이다. 이미 실제 연방기금 금리가 거의 제로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금리 인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신용경색 등 부정적 충격을 차단하겠다는 FRB의 의지가 시장에 전달되기를 기대하는 의도에서다. 

둘째는 무제한의 돈풀기다. FRB는 이를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 정책으로 구체화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이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양적 완화 정책이란 FRB가 발권력을 동원해 장단기 국채를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금융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FRB가 장기 국채를 매입하면 이 국채를 보유한 금융회사들은 FRB로부터 직접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다. 장기 국채 금리가 떨어지면서 가계와 기업들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다. 

FRB는 이미 금융위기 표면화 후 통화 공급을 확대해왔다. 사실상의 양적 완화 정책을 펴왔다는 의미다. 대표적으로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발행한 기업어음(CP) 상환과 차환 발행이 차질을 빚자 CP를 직접 매입하겠다고 나섰다. 지난달 말에는 모기지증권 매입, 신용카드 외상구매, 자동차할부 금융 등의 지원에 8000억달러를 풀겠다고 밝혔다. 이런 조치에 비하면 장기 국채 매입을 검토하겠다는 발표는 보다 적극적이고 직접적이다. 양적 완화 정책의 과거 사례는 일본에서 찾을 수 있다. 1990년대 일본에서 거품경제가 붕괴된 후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췄지만 디플레이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2001년부터 5년간 은행들이 보유한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양적 완화 정책을 썼다. FRB가 장기 국채를 직접 매입하면 장부상으로는 자산이 크게 늘어난다. 채권을 매입하는 재원은 발권력을 통해 동원한다. FRB는 이를 위해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대차대조표상의 자산 규모를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겠다`고 미리 예고했다. FRB의 대차대조표 총자산은 최근 2조달러를 넘어섰으며 내년에는 3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시장에서 채권가격이 왜곡되는 현상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다. 과도하게 풀린 달러는 인플레이션과 달러가치 하락이라는 부작용도 수반한다. 다만 경기 침체라는 당면한 과제를 푼 다음에 고민해야 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무제한의 돈 풀기` 정책은 중앙은행의 마지막 카드나 다름없다. 

이렇게 해서도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시장에서 기대할 다음 조치는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벼랑 끝 전법이나 마찬가지다. 

한편 CNN은 FRB의 무제한 돈 풀기 정책은 지난 10월 초 다우존스지수가 1만선 아래로 떨어지는 시점에 이미 준비돼 정지작업을 위한 사전 조치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당시 내놓았던 시중은행의 지급준비금에 이자를 지급하는 조치다. 이는 통화량이 과도하게 공급되더라도 향후 금리 정책을 쉽게 펴나가기 위한 안전장치였다는 분석이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