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외 관계

힐러리 국무장관, 日 먼저 방문 `재팬 패싱` 우려 씻어 (2009.2.7)

joon mania 2015. 8. 4. 11:35
힐러리 국무장관, 日 먼저 방문 `재팬 패싱` 우려 씻어 (2009.2.7)
한국은 인도네시아보다 순서 밀려

"왜 도쿄 다음에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서울을 방문하지 않고 8시간이나 걸리는 인도네시아로 날아갔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일정인가요?" 

로버트 우드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5일(현지시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취임 후 첫 해외 순방 일정을 발표하는 브리핑 자리에서 한 기자가 던진 질문이다. 

힐러리는 15일 워싱턴을 떠나 일본(16~18일) 인도네시아(18~19일) 한국(19~20일) 중국(20~22일) 순서로 방문할 계획이다. 

국내 외교가에선 이를 두고 한국의 우선순위가 인도네시아에 밀린 게 아니냐는 한탄이 나왔다. 미국 민주당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 보고서에서 `G16`에 한국 대신 인도네시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나이지리아 등을 넣은 악몽(?)을 떠올리는 사람도 많았다. 

또 일본이 첫 번째 방문국이 된 것에 대해 일본 내에서 `재팬 패싱(Japan Passing)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미국의 적극적인 제스처란 해석도 나왔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는 미국이 동맹국인 일본을 제끼고 중국과 관계 개선에 몰두해 일본의 소외감이 극에 달했다. 

이처럼 방문국 순서를 놓고 다양한 억측이 나오고 있지만 우드 부대변인의 설명은 단순했다. 클린턴 장관을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언제 시간이 있는지, 언제 두 사람이 만나는 게 적절한지를 따져 스케줄을 짰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문일수를 들여다보면 미국이 생각하는 외교적 우선순위가 살짝 엿보인다. 힐러리의 체류일정은 일본과 중국의 경우 2박 3일인 반면 인도네시아와 한국은 1박 2일로 하루씩 더 짧은 것이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경제대국 일본과 중국과의 외교적 협조가 중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힐러리가 유럽이나 중동 대신 아시아를 첫 방문지로 택한 것에 대해서 우드 부대변인은 "아시아는 세계에서 규모와 영향력, 경제적 번영이라는 측면에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우리 외교 소식통은 클린턴 장관 방한 때 논의할 의제로 북한 핵 문제가 가장 중요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북한이 대남 `전면대결태세`를 선언하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를 하는 등 미국의 관심 끌기를 지속적으로 유도했기 때문이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구체적인 의제는 아직 협의 중이라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북핵 문제와 한ㆍ미 동맹 심화 등에 대한 논의가 핵심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이번 기회에 한ㆍ미 간 찰떡궁합을 보여줌으로써 이른바 `통미봉남`에 대한 우려를 날려버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미국 국무부가 이미 6자회담 틀 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강조한 만큼 지난 6자회담에서 합의에 실패한 북핵 검증의정서와 관련한 한ㆍ미ㆍ일 공조, 일본이 포기한 북한 지원용 중유 20만t의 국제 모금 등도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우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 재검토와 관련해 "이번 순방은 재검토 과정의 일환"이라며 "클린턴 장관은 북한으로 하여금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이 지역 지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 처리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한ㆍ미 FTA는 무역대표부(USTR) 소관 사항이라 클린턴 장관이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거론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뜨거운 감자인 한국군의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가 직접적으로 거론되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는 이미 민간 지방재건지원팀(PRT) 확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우회적으로 대답했다. 아프간 파병 문제 대신 PRT 확대로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 / 서울 = 조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