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외 관계

`美스탠더드=글로벌 스탠더드` 등식 깨질까(2009.4.2) 

joon mania 2015. 8. 5. 17:39
`美스탠더드=글로벌 스탠더드` 등식 깨질까(2009.4.2) 
오바마 8일간 유럽 순방…다자외교 첫 시험대
군사동맹 다지고 이슬람국 터키찾아 화해 손짓

◆G20 런던 정상회의◆ 

4월 첫주 8일 동안 이어지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외국 순방은 취임 후 다자외교 무대 데뷔 성격을 띤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순방을 유럽 방문으로만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20개국(G20),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유럽연합(EU), 체코(동유럽), 이슬람국(터키) 등으로 이어지는 빡빡하면서도 의미 있는 다자외교 일정이다. 취임 후 하루짜리 캐나다 방문이 첫 외국 나들이였지만 약식이었다. 이번 유럽 방문이 의미를 갖는 것은 국제 외교 무대에 오바마 대통령 등장을 알리는 개막식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슈퍼 파워 미국 대통령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이렇게 주목과 기대를 모으는 방문이지만 세계 유일한 슈퍼파워 미국 대통령이 막상 내놓을 카드는 별로 많지 않다. G20 회의에서 제시해야 할 경제위기 탈출 해법이나, 나토를 비롯해 EU 회원국 정상들과 만났을 때 던질 지역 안보 전략 모두 마찬가지다. 

특히 이번 G20 런던 정상회의에선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통용돼 온 `미국식 스탠더드=글로벌 스탠더드` 등식이 위협받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차입자금(레버러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와 기업의 도덕적 해이 등 미국식 금융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문제점으로 초대형 투자은행(IB)이 맥없이 무너지면서 미국식 모델에 대한 비난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 경제 침체를 탈출하기 위해 각국이 과감한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한 추가 경기 부양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이를 강요하지는 않기로 정리했다는 전언이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실무진 간 사전 조율과 언론 보도를 통해 각국에 의도가 전해진 상황에서 미국 경기 부양책 확대에 EU 국가들은 부정적인 의견임을 이미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경제위기 극복 대책에 관한 한 오바마 대통령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구성원 중 일원으로서 의견을 제시하는 선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유럽 국가들이 강조하는 금융감독 규제 강화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가 체계적인 감독 규제 장치 미비로 비롯됐다는 지적에 대해 겸손하게 대응해야 하는 처지기 때문이다. 

G20 회의 후 이어지는 3~4일 나토 정상회의, 5일 EU 정상회의에서는 안보 현안과 관련해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마지막 일정인 터키 방문은 이슬람 국가를 향한 화해 손짓이다. 

전임 조지 부시 행정부 때 이슬람권과 쌓아 놓은 높은 장벽을 무너뜨리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부시를 대신해 등장한 오바마 존재 자체만으로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앙카라에서 학생들과 라운드테이블 만남을 통해 특유의 친화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1일 영국 주재 미국 대사관저에서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열어 핵무기 감축 협상 재개를 포함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 따르면 양국은 1994년 발효된 전략무기감축 협정 START-1을 대체할 전략무기 제한 및 감축에 관한 포괄적이며 합법적인 협정을 만들기 위해 정부 간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또 양국은 즉각 실무 차원의 협상에 착수해 오는 7월까지 그 결과를 보고하고 오는 12월 5일 협정 만료 전까지 새로운 협정을 내놓기로 했다. 

또 두 정상은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장기 목표 아래 한반도의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양국은 미사일방어(MD) 계획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있음을 확인하면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로 약속했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