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정상회의 참석한 오바마 절반의 성공(2009.4.21)
미주정상회의 참석한 오바마 절반의 성공(2009.4.21)
美 - 중남미 좌파정권 화해 모색…쿠바 문제로 공동 성명은 실패
첫술에 배부르기는 역시 어려웠다.
취임 후 중남미 국가를 처음 순방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 행보와 방문 성과에 대해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후한 점수를 주지 않고 있다.
카리브해 섬나라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린 미주기구(OAS) 정상회의가 사흘간 일정을 마무리하고 19일 폐막했지만 공동 성명조차 채택하지 못했다.
OAS 정상회의는 아메리카 대륙을 아울러 34개국 지도자들이 참석하는 지역 기구로 이번이 5차 회의다. 미국에 의해 적성국가로 분류된 쿠바만 참석하지 못한다.
공동 선언문을 채택하지 못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쿠바를 둘러싼 견해 차이 때문이었다.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온두라스 니카라과 등 좌파 지도자들은 쿠바가 이번 회담에 초청받지 못한 점을 들어 선언문에 서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일찌감치 밝힌 바 있다.
중도적인 입장인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조차 쿠바가 참석하지 않으면 다음 회의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결산하면서 쿠바와 베네수엘라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오고 있다며 양국이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면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쿠바와 베네수엘라가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싶으면 말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미 행보의 선봉에 서 있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며 표면적으로는 우호적임을 과시했다. 하지만 아직 먼 길이 앞에 놓여 있다.
사실 미국과 중남미 국가 간 관계는 전임 조지 부시 행정부를 거치면서 최악의 수준으로 꼬여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가 미국과 외교관계를 중단했다. 중남미 좌파 정권은 갈수록 세를 불리며 미국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비판에도 중남미 지역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미국의 존재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시키면서 중남미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유지를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받고 있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