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상원의원에 美 정치권 시끌(2009.4.30)
`철새` 상원의원에 美 정치권 시끌(2009.4.30)
공화당 스펙터 의원 민주당으로 옮겨
미국 공화당 앨런 스펙터 상원의원(79)이 28일(현지시간) 느닷없이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다고 발표했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 5선으로 30년간 상원의원직을 유지해온 그의 당적 변경은 내년 재선에서 당내 예비선거에 탈락할 지경에 처하자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정치권에서도 `철새 논란`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스펙터 의원의 당적 변경으로 민주당 상원 의석 수는 59석으로 늘어난다. 이제 1석만 더하면 공화당의 필리버스터링(의사 진행 방해) 전략에 구애받지 않고 법안이 통과될 수 있는 안정 의석 수인 이른바 `슈퍼 60석`에 바짝 다가선다.
현재 상원에서는 작년 11월 선거 이후 5개월째 승부가 가려지지 않고 있는 미네소타주 재검표와 소송이 진행 중이며 민주당 앨 프랭컨 후보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프랭컨의 승리가 확정되면 꿈에 그리던 60석을 확보한다.
취임 100일을 맞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최고의 선물을 얻은 것이라고 AP통신은 표현했다.
민주당이 각종 법안 처리, 새 대법관 인준 등에서 오바마 대통령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펙터 의원의 `철새` 행동은 공화당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쳐 민주당과 갈등이 더 첨예해질 수 있다는 부작용도 낳는다.
미국에서 일반 유권자들이 상원의원을 직접 선거로 뽑기 시작한 1913년 이후 지금까지 현역 상원의원이 당적을 변경한 사례는 13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스펙터 의원은 최근 수개월간 상원 민주당 지도부와 당적을 옮기는 문제를 놓고 은밀하게 협의를 진행해 왔으며 특히 28일 오전에는 오바마 대통령과도 대화를 나눴다고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전했다.
스펙터는 지난 2월 경기부양법안 표결 때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소속 의원 3명 가운데 한 명이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