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안보리, 北 해외 금융계좌 동결 검토(2009.5.30)
유엔안보리, 北 해외 금융계좌 동결 검토(2009.5.30)
北 고위인사 여행제한 조치도 추진…내주께 제재안 채택할듯
북한 핵실험 제재 문제를 논의 중인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에 대해 국외 금융계좌를 동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강도 높은 제재안이 마련되고 있다.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한국 일본이 참여하는 안보리 주요국은 28일 오후(현지시간) 3차 회의를 열고 미국과 일본이 중심이 되어 마련한 결의안 초안을 바탕으로 국외 금융계좌 동결 등 대북 제재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새 대북 결의안은 2006년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한 이후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 결의안 1718호에 명시된 구체적 제재 조치들을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결의안 1718호는 미사일ㆍ핵 프로그램과 연관이 있는 북한 개인ㆍ기업 등 무기 금수, 국외 자산동결, 여행제한 조치 등이 포함돼 있지만 자산동결과 여행제한 대상을 선정하지 않아 제재가 실질적으로 이행되지 않았다.
안보리는 이에 따라 북한 금융자산 동결과 거래금지 대상 북한 기업 리스트를 더욱 확대하고 북한 고위 인사를 특정해 여행제한 조치, 북한을 오가는 선박에 대한 화물검색 강화 등 대북 제재 수위를 더욱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안보리는 북한 측 국외 금융계좌를 동결하고 기존 결의안 제재 내용을 강화해 금수 무기 품목을 모든 무기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유엔 주재 한 외교관은 "미ㆍ일이 마련한 결의한 초안에는 북한에 대한 대출과 교부금 등을 전면 금지하고 외국 은행들과 거래를 사실상 중지시키는 방안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미국 백악관도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응책과 관련해 북한의 국제 금융 시스템에 대한 접근과 항공기, 선박운항 제한 등을 추진 중임을 확인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28일 "지난 며칠간 북한 측 행동에 대응하기 위한 과정에서 은행ㆍ항구와 관련된 조치들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이 그런 논의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해 금융계좌 동결과 관련해 중국도 긍정적 태도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대북 제재 논의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 태도를 거론하며 "특히 중국이 이전보다 더욱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으며 우리는 그들과 정기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국외 계좌가 동결되면 사실상 북한은 금융 거래가 막히면서 무역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유엔 외교관들은 북한 대외 교역 중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이 계좌 동결에 참여하게 되면 북한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했다.
안보리 회원국들은 초안에 마련된 제재 방법을 놓고 구체적으로 논의한 후 각국 정부와 협의를 거쳐 다음주께 결의안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 北, 안보리 제재 때 도발 예고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선 가운데 북한이 안보리 제재 시 추가 도발을 할 수 있음을 예고하고 나섰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9일 담화를 통해 "안보리가 더 이상으로 도발을 해오면 그에 대처한 우리의 더 이상의 자위적 조치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자위적 조치`와 관련해 담화는 "안보리의 적대행위는 정전협정 파기로 된다"고 주장하고 "세계는 이제 곧 우리 군대와 인민이 안보리의 강권과 전횡에 어떻게 끝까지 맞서 자기의 존엄과 자주권을 지켜내는지를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로켓 발사 후 유엔 안보리 제재가 가해지자 북한은 추가 핵실험,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시작을 경고하고 핵실험을 단행했다.
이번 담화에는 안보리 제재에 동참할 것으로 보이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북한 측 불편한 심기가 담겨 눈길을 끌었다.
담화는 "책임은 전적으로 우리의 평화적 위성 발사를 유엔에 끌고 가 비난 놀음을 벌인 미국과 그에 아부ㆍ추종한 세력들에 있다"며 "이런 나라들은 우리 앞에서는 위성 발사가 주권 국가의 자주적 권리라고 말해 놓고 정작 위성이 발사된 후에는 유엔에서 그를 규탄하는 책동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앞서 북한 로켓 발사 때 중국과 러시아는 `위성 발사는 주권국가의 권리`라고 하면서도 유엔 안보리 제재에 동참했다.
한편 유엔 차원에서 진행되는 대북 제재 논의와 별도로 한ㆍ미 외교ㆍ국방장관이 만나 북한 핵문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다음주 워싱턴에서 만날 예정이다.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8차 아시아 안보회의에 참석 중인 이상희 국방부 장관도 30일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과 양자회담에 이어 하마다 야스가즈 일본 방위상이 참가하는 한ㆍ미ㆍ일 3자 회담을 할 예정이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