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속의 한국인들

[한상 성공스토리] 美서 건설업체 운영 전우경 사장(2009.7.3)

joon mania 2015. 8. 7. 16:52
[한상 성공스토리] 美서 건설업체 운영 전우경 사장(2009.7.3)
`마이너리티 특혜`거부하며 사업 
"용산美기지 이전에도 참여할터"

"정부 조달시장에서 욕심을 부린다면 연매출 1억달러를 넘기는 일도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무작정 외형을 늘리는 건 전 사장의 사업철학과 맞지 않다는 생각이다.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일을 처리해 시공 후에도 절대로 하자를 내지 않고 품질을 인정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1997년 오지에 있는 사막에 몸을 던지는 심정으로 세웠던 회사를 13년여 만에 미국 동북부 지역에서 인정받는 건설업체로 키워냈다. 1992년 미국에 유학 올 때만 해도 막막했던 미래였지만 이제는 기업인으로서 미국 사람들과 경쟁해 수주를 따내는 당당한 위상을 확보했다. 미국 수도 워싱턴DC와 맞닿아 있는 버지니아주에서 영업 중인 `노스이스트 사이딩`이라는 건설회사의 창업자 전우경 사장(44)이 그 주인공이다. 

그의 사업장은 본사를 두고 있는 버지니아의 주도 리치먼드 외에 앤드루 공군기지와 햄프턴 등 3개로 퍼져 있다. 상업용 건물이나 주거용 주택 외에 공공기관이나 군 기지 등 정부 조달시장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전우경 사장이 일등으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분야는 건축물 지붕 공사다. 그는 요즘 태양열 지붕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에 몰두하고 있다. 변호사와 변리사로 구성된 팀에 특허 신청을 의뢰해 진행 중이다. `솔라 싱글(solar shingle)`로 이름 붙인 이 기술은 태양열을 기존 자재에 비해 훨씬 효율적으로 흡수하면서 시공비와 성능에서 앞선 결과를 자신하고 있다. 태양열 흡수를 위한 자재인 플라스틱롤을 생산하는 한 미국 업체와 손잡고 자체 개발한 시공 기술을 접목시킨 것이다. 2007년부터 준비해 온 성과를 올해 내로 매듭지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2002년부터 새로 개척한 정부 조달시장은 이제 회사 매출 비중의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주력 분야로 떠올랐다. 자신이 소수인종 출신인 만큼 흑인, 아시안 같은 소수인종이나 장애인 등 `마이너리티`에게 특혜를 주는 `8A` 프로그램으로 훨씬 유리하게 일을 따올 수 있었지만 그동안 이런 울타리에 의존하지 않았다. 올해부터 8A 프로그램을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동안 미국 토종 업체들과 똑같이 경쟁하면서도 잘 버텨온 셈이다. 

정부 조달시장에서 첫 계약은 60만달러짜리였던 군 막사 공사였다. 군 공사는 기한을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했다. 현장감독에게만 맡겨놓지 않고 전 사장도 직접 헬멧을 쓰고 밤에도 나가 공사를 지휘하며 납기를 지켰다. 그래서 얻은 신용이 큰 자산이 됐다. 

워싱턴DC 인근인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포트 벨보어 기지 공사는 4년에 걸친 1400만달러짜리였다. 군 관련 조달공사에서 `노스이스트`는 자리를 잡았다. 

전 사장이 새로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건축자재 판매다. 그는 매년 두 차례 정도 한국에 다녀온다. 유명 건축자재 박람회에 가서 한국 업체들이 만든 제품의 트렌드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매년 미국 건축자재협회가 주최하는 박람회에도 빠지지 않고 간다. 올랜도나 라스베이거스 같은 대도시에서 열린다. 그는 이곳에 갈 때마다 한국 업체들 모습이 보이지 않는 데 대해 의아해했다.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 계열사 정도만 나타날 뿐 중소업체들을 찾기 어려웠다. 중국 업체는 100개 이상이 각각 부스를 만들어놓고 미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는 건설공사에서 쌓은 건축자재 공급과 판매 경로를 활용해 직접 업체를 만들어 미국 쪽 도매 공급자와 손을 잡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 전역에 70여 개 소매 대상 공급망을 갖고 있는 `노란덱스 빌딩 디스트리뷰션`이라는 업체와는 상당히 얘기가 무르익었다. 한국에서는 이미 고급 주택에 많이 쓰이는 돌벽지 같은 제품으로 먼저 미국 건축자재 유통시장을 두드려 보겠다고 전 사장은 밝혔다. 

창업 당시 `노스이스트`란 이름을 즉흥적으로 정했지만 여러 뜻을 담고 있다. 우선 주된 활동영역으로 잡은 버지니아 주도 리치먼드가 미국 동북부에 있다는 점을 겨냥했다. 

비록 몸은 떠나와 있지만 고향과 조국이 지구의 동북부 끝자락에 있는 것도 잊지 않기 위해서 `노스이스트`를 택했다. 2000달러 자본금으로 시작한 회사는 첫해 30만달러의 실적을 올렸고 다음해에 100만달러를 넘어섰다. 이제는 연 25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정부 조달시장에서 욕심을 부린다면 연 1억달러를 넘기는 일도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무작정 외형을 늘리는 건 전 사장의 사업철학과 맞지 않다는 생각이다.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일을 처리해 시공 후에도 절대로 하자를 내지 않고 품질을 인정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창 욕심을 부릴 때는 버지니아주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켄터키주나 신시내티주의 병원 건물이나 대학 건물공사를 따내 처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 사장은 "역시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자재와 인력 관리에 성실함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이후부터 버지니아주 인근 공사에만 주력하고 있다. 

그가 꾀하고 있는 경영철학은 이런 경험에서 나온 어찌 보면 소박하고도 당연한 것이다. 무슨 일이든 내실화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전 사장은 미국 업체로서 한국의 용산 미군기지 이전 관련 공사에 참여해 보려는 재미있는 기대를 갖고 있다. 기대가 아니고 거의 실현되고 있다. 하도급 관계를 맺고 있는 피너클이란 미국 업체가 이미 용산기지 이전 관련 공사를 따냈고 거기에 손잡고 참여하는 방식이다. 

전 사장은 칠순을 넘긴 지금도 강원도 영월 시골마을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부친에게 항상 자랑스러운 아들의 모습을 보이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미국 건설업계에서 사업을 일궈낸 그가 용산기지 이전 공사를 위해 한국땅을 밟으면 부친에게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자랑스러운 `교포 기업인`으로 칭찬받을 것 같다. 

◆ 팔방미인…교포정치인 후원ㆍ다양한 봉사활동ㆍ한국대학생 지원 

= 미국 건설업체 `노스이스트 사이딩`의 전우경 사장은 최근 정치인 후원회에 가끔씩 모습을 보인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버지니아주에서 처음 주 하원의원에 도전하고 있는 마크 김 변호사 후원 모임이다. 

전 사장 같은 기업인을 포함한 한인들의 지원과 격려 덕분에 마크 김 변호사는 지난 6월 열린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후보로 뽑혔다. 오는 11월 선거에서 공화당 측 상대와 본선을 치러야 한다. 

전 사장은 "마크 김 변호사를 처음 본 순간 그의 맑은 눈이 너무 마음에 들어 지원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치인으로서 마크 김 변호사에게 대가나 보답을 바라고 돕는 건 아니다. 

한국계 정치인의 성장을 통해 미국 내 한인 커뮤니티의 위상이 올라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전 사장은 6년 전부터 회사 직원들과 리치먼드 부근에 있는 한 양로원짓기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펼치는 사랑의 집짓기 봉사에 나섰던 것이 계기가 됐다. 다른 봉사활동 참여 업체와 분담해 하는 일이다. `노스이스트`는 외장 공사를 맡는다. 리치먼드 지역 방송에서는 전 사장과 `노스이스트`의 선행을 특집방송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미국에서 회사를 경영하지만 고국에 있는 학생들을 도울 길을 찾아보겠다고 나섰다. 

외교통상부와 주미대사관이 올해부터 시작한 대학생 대상 `웨스트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건축을 전공한 학생들을 받아들여 미국의 건축 현장을 경험하게 하고 미국 문화와 생활 양식도 익힐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그는 `의지가 굳은 사람은 반드시 원하는 일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의 한자 성어인 `유지자 사의성(有志者 事意成)`이라는 문구를 좌우명으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은 성공을 말할 수 있을 만큼 회사를 키우지 않았지만 세상살이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는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다니라고 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