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로 만난 이들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에게 듣는다(2010.8.16)

joon mania 2015. 8. 8. 22:10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에게 듣는다(2010.8.16)

 
식품·철강 등도 가격담합 조사
中企가 해야할 IT서비스 대기업 계열사로 몰아주기 안돼
 


"상생협력을 대기업 몰아붙이기로 봐서는 안됩니다. 대-중소기업 간 힘의 우열관계에서 나타나는 불공정 행위를 시정해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은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최근 강조되고 있는 대-중기 상생협력 방안에 대한 정부 입장과 관련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경계해야 한다"고 수차례 언급했다. 그는 "대기업의 횡포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전제하면서도 "분위기에 휩쓸려 경쟁지향적인 시장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정책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정 위원장은 공정위의 기본 역할이 `시장경제 수호자`라고 강조했다. 포퓰리즘으로부터 시장경제의 원칙을 수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 위원장은 "기업이 사회적인 책임(CSR)을 가져야 하는 것처럼 상생협력은 기업의 경제적인 책임(CER)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13일 오후 공정위 청사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대담은 윤경호 경제부장이 맡았다. 



-이달 말 발표될 대-중소기업 거래질서 확립 방안에는 어떤 내용이 담기나. 

▶대-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이 보다 진전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 지난 2007년 9월 이후 139개 대기업이 협력업체들과 상생협약을 맺었다. 

5만6000개 협력업체가 참여하고 상생협약을 통한 자금 지원만 3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렇게 자발적인 상생협력 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 

대기업이 2ㆍ3차 협력사와의 상생을 유도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겠다. 일부 기업에서는 대기업이 1차 협력사에 대해 2ㆍ3차 협력사의 관계 개선을 요구하면 `부당 경영간섭 행위`에 저촉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런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상생에 대한 내용이 부당 행위에 저촉되지 않도록 지침을 개정하겠다는 의미다. 

-납품단가 조정 협의제도 개선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단가 조정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패스트 트랙제도`를 도입하겠다. 납품단가를 협의하는 과정 중 단가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 명백할 때에는 30일간의 협의기간을 거치지 않고도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중소기업 조합에 역할을 부여할 예정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 변화를 조사해서 협력업체에 알려주는 등 지원을 할 수 있게 하겠다. 단가 조정 신청을 조합이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카르텔(가격담합) 우려가 있어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또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인하할 때는 그 사유를 스스로 증빙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이와 관련한 내용도 이달 말 발표하는 대책에 포함될 것이다. 

-대기업의 계열사 물량 몰아주기는 어떻게 단속할 것인지 . 

▶기업의 부당지원 불공정 거래 행위는 한국에서만 단속하고 있다. 한국의 특수한 기업집단 문화 때문에 한국 경쟁법에 해당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문제는 위법성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행 지침 상에는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진 경우 현저한 거래 규모만 가지고는 계열사 지원행위가 성립하는지 판단 기준이 없다. 

지난 3~4월에 실시한 실태조사를 통해 이런 위법성 판단 기준이 명확해질 수 있도록 지침을 개정하겠다. IT 서비스 분야 같은 경우 중소기업들이 할 일을 대기업 계열사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계열사 몰아주기는 개선돼야 한다. 

-최근 공정위가 생필품 가격 담합을 집중적으로 보고 있는데. 

▶서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품에 대한 가격 담합 및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를 적극적으로 조사할 것이다. 현재 우유 가격 담합은 조사 중이다. 이밖에도 식품, 철강, 통신,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불공정 행위 여부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다. 

4대강뿐 아니라 새만금 프로젝트 같이 `턴키베이스`로 했던 대규모 건설사업에 대한 가격 담합 여부도 모니터링하고 있다. 

-진입규제 장벽을 낮추기 위한 추가 조치는. 

▶1, 2단계 진입규제 개선 방안은 이미 발표했다. 3단계 진입규제 개선으로 의료, 통신, 엔터테인먼트, 금융 분야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진입 장벽을 낮춰 자유로운 경쟁여건을 만들면 신규 투자와 고용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비타민, 소화제 같은 대중의약품을 현재 약국에서만 파는데 이를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어찌보면은 너무 당연하다. 

이것이 20년 동안 안되고 있는데 그만큼 저항 요인이 많다는 것이다. 정부 관련 부처 및 관련 단체들과 협의해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나가겠다. 

[대담=윤경호 경제부장 / 정리 = 안정훈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