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컬럼] 지방 이전 이대로 할까요? (2011.3.2)
[데스크 컬럼] 지방 이전 이대로 할까요? (2011.3.2)
이미 부산해졌다. 관가 얘기다.
과천과 광화문을 가리지 않고 뒤숭숭하다. 공무원들의 선호 영순위였던 기획재정부를 떠나려는 젊은 사무관들이 줄을 잇는다. 대신 금융위원회행을 원한다. 산하에 금융회사를 대거 거느려 퇴임 후 갈 곳이 많아서가 아니다. 당장 지방으로 가기 싫어서다. 기획재정부는 세종시로 가야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서울에 남기 때문이다.
신설할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가겠다며 서로 손을 든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연관 부처 소속 공무원들이다. 국과위는 세종시와는 무관하게 서울에 사무실을 둔다는 이유에서다.
가족이 있는 나이든 고참보다는 미혼의 젊은 사무관일수록 세종시행을 꺼린다. 중매 시장에서 약점이 된다는 점 때문이란다. 세종시에 일터를 두고 있으면 배우자 후보 만날 기회를 얻기 힘들 거라는 우려다. 좋은 신랑신부 후보는 서울에 몰려 있다는 생각에서다.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 뒤 이전해야 할 대상 정부 부처와 산하 기관 사람들은 이렇게 노심초사하고 있다. 설마 했는데 이젠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망연자실한다.
세종시로의 이전 계획에 의하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총 36개 부처와 산하 기관 1만여 공무원들이 단계적으로 옮겨야 한다. 혁신도시 계획에 따라서도 124개 공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이 각각 10개 지방 도시로 가야 한다.
그러나 기본 원칙만 세워져 있을 뿐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풀어야 할 일이 난마처럼 얽혀 있다.
경기도 분당에 사옥을 2개나 갖고 있는 LH(토지주택공사)는 갈 곳을 최종적으로 정하지 못했다. 당초 토지공사는 전주, 주택공사는 진주로 가기로 했는데 두 기관을 합치면서 붕 떠버렸다. 전주와 진주의 자치단체와 주민들은 서로 자기쪽으로 통합기관이 와야 한다며 한 치의 양보도 않는다. 분당의 사옥을 팔아 새로 갈 지역에 사무실을 마련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수십 층짜리 사옥 하나에 4000억~5000억원을 호가하니 이걸 사줄 쪽이 만만치 않다.
나주로 가야 할 한국전력도 비슷하다. 강남 삼성동의 금싸라기 땅을 팔아 조달한 돈으로 새 지역에 사옥 짓고 이전하면 된다지만 쉽지 않다. 삼성동 땅은 코엑스를 마주하고 있다는 입지 덕분에 3.3㎡당 1억원까지 호가한다니 기업이든 개인이든 누가 감히 이 땅을 사겠다고 나설지 의문이다.
세종시, 혁신도시 아니어도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계획은 더 있다.
국방부 산하인 국방대학은 2015년까지 논산으로 가야 한다. 국방대학 측은 논산으로 갈 경우 주요 부처 공무원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1년짜리 연수 프로그램이나 석ㆍ박사 과정을 어떻게 운영하느냐고 볼멘소리다. 정부 부처 사람들이 당일치기로 논산에 있는 국방대학에 다니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국방부는 서울에 놓고, 각군 참모본부는 계룡대에서 운영하고, 국방대학은 논산으로 간다면 기관별로 분산은 제대로 했는지 몰라도 업무 효율성에서는 그런 평가가 결코 가능하지 않을 듯싶다.
수도권으로의 집중을 막고 국토를 균형있게 발전시키자는 지방 이전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세부 실행 계획의 미비로 이렇게 뒤죽박죽 상황이다.
백지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전할 지역 땅값은 이미 움직였고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이들이 너무 많다.
어떻게 해야 하나. 솔직히 답이 안 나온다. 청와대든 부처든 답답할 거다. 그렇다고 뒤로 미뤄놓고 눈치만 볼 수도 없다. 정권이 바뀌면 이전 계획이 백지화되겠지라고 기대하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분명히 하자. 포기할 거면 욕을 먹더라도 빨리 덜어내든가, 계획대로 실행할 거면 보완해야 한다. 전임 정권에서 벌인 일이라도 정부 정책 신뢰를 위해서는 변동 없이 진행된다는 점을 천명해야 한다. 세부 지침을 정비해야 한다. 빈 틈이 있으면 빨리 채워야 한다.
나중에 국민들은 특정 정권에서 결정한 일이라고 기억하지 않을 거다. 정부가 결정한 일로만 간주할 거다. 정권과 정부를 굳이 구분하지 않을 거다. 정부가 하는 일은 예측 가능해야 한다. 눈앞에 훤히 보여야 한다.
[윤경호 부동산부장 yoon218@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