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컬럼] 덕본 뉴타운에 역풍 맞을 수도 (2011.4.6)
[데스크 컬럼] 덕본 뉴타운에 역풍 맞을 수도 (2011.4.6)
칼럼을 쓸 때 정치 문제를 다루는 건 꺼려왔다. 정책 전반을 관여하던 경제부장 시절에도 그랬다. 조심스러워서다.
부동산부장이지만 이번에는 정치 얘기 좀 해야겠다.
요즘 세간의 관심은 4ㆍ27 재ㆍ보궐 선거에 쏠려 있다. 하지만 기자의 눈은 1년 후 치러질 국회의원 총선거에 가 있다. 2012년 총선도 2008년처럼 `경제 이슈`로 판가름 날지 궁금해서다.
2008년 총선 때는 미국에서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어 투표도 못했다. 그런데 멀리서 들려온 선거 결과에 많이 놀랐다. 수도권에서 한나라당 압승 때문이었다. 싹쓸이 승리의 배경을 보고는 더 경악했다. 당시 여당의 거물은 텃밭 지역구를 버리고 아무 연고도 없는 동작구에 나섰어도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어떤 의원은 평소 조금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다가 불과 열흘여의 선거운동만으로 노원구에서 당선됐다.
반면 386세대 야당 의원들은 전멸했다. 처음엔 유권자들이 그들의 오만함이나 무능함을 질타한 것으로 생각했다. 한나라당 후보들 됨됨이를 더 많이 인정해준 줄 알았다.
따져 보니 오판이었다. 뉴타운 덕분이었다. 2008년 총선에는 뉴타운 쓰나미가 불어닥쳤던 거다. 2004년 총선이 탄핵 역풍으로 도배된 것과 유사했다.
서울에서만 뉴타운을 걸고 당선된 의원은 여야 합쳐 28명에 달했다. 한나라당 소속 23명이 자기 지역구의 뉴타운 조기 착공이나 추가 지정 또는 확대를 약속했다.
유권자들은 뉴타운이라는 `경제 이슈`로 자신의 한 표를 행사했으니 떳떳했다고 생각했을 거다. 사실 서울시내 뉴타운 사업은 2002년부터 시작됐다. 강남에 편중된 개발 효과를 강북과 전역으로 퍼지게 해 균형 발전시키자는 취지였다. 은평, 길음, 왕십리가 1차 지정 지구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시장으로 일하던 시절이다. 이후 3차에 걸쳐 총 26개 지구로 늘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로 사업을 미루는 곳이 늘어났다. 재개발ㆍ재건축을 해봐야 집값이 오를 확신이 안 선 탓이다. 서울 시내 331개 구역 중에 85%가 착공도 못했다. 공사는 안 하면서 존치지구로 묶어 건물 신ㆍ증축을 막고 팔지도 못하게 했다.
이명박 대통령 역점 사업인 보금자리주택도 뉴타운 사업을 누르는 데 일조했다.
여기서 사단이 생겼다. 주민들 불만이 커졌다. 뉴타운 지구로 지정해 달라고 너도나도 표를 몰아줬다가 제 발등을 찍은 셈이다.
경기도에서는 주민들이 반대해 2곳의 지구 지정 취소를 끌어냈다. 몇몇 지역에서는 취소 여부를 놓고 법정 다툼까지 진행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김문수 경기지사는 "주민들이 다수결로 원할 경우 건축허가 제한을 해제하겠다"고 이미 손을 들었다.
감히 단언하건대 기자는 내년 총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2008년 `경제 이슈`로 표를 던졌던 유권자들이 같은 기준으로 투표를 되풀이할 것 같아서다. 뉴타운 덕분에 2008년 선거에서 흥했다면 2012년 선거에서는 뉴타운 때문에 죽을 쑬 거라는 얘기다.
정치 정세 분석에 문외한인 기자가 이 정도로 내다보는데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은 오죽 달아올라 있을까.
급기야 의원들이 여야를 불문하고 나서 뉴타운 관련법을 뜯어 고치려 한다. 주민 불만을 삭여 놓지 않으면 선거에서 혼날 게 뻔해 보여서다. 뉴타운 지정 해제를 쉽게 하고, 개발을 위해 활동했던 조합이 쓴 돈을 국고에서 메워주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 곪은 상처에서 고름이 터져나오고 있는데 이제야 나선 꼴이다.
정치권은 처음부터 감당하기 힘든 종양을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지키지도 못할 지역개발 공약을 남발하지 말았어야 했다.
뉴타운은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까지 이어진 `동남권 신공항` 공약과 비슷하다. 획기적인 변화를 주거나, 안 된다 싶으면 과감하게 접어야 한다.
유권자들도 반성해야 한다. 아파트값 올려줄 거라는 기대에 앞뒤 가리지 않고 표를 몰아준 쓴맛을 보고 있는 거다. 다음 선거에서 비슷한 일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부동산부 = 윤경호 부장 yoon218@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