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컬럼

[데스크 컬럼] 국가경영, 긴 안목을 보고 싶다 (2011.5.11.)

joon mania 2015. 8. 8. 22:34

[데스크 컬럼] 국가경영, 긴 안목을 보고 싶다 (2011.5.11.)




지난달 칼럼 때 오지랍 넓게 다른 주제를 다뤘다가 전화를 꽤나 받았다. 


뉴타운을 들먹이며 내년 총선 결과를 감히 예측했기 때문이다. 정치 분석에 문외한인 부동산부장이 감히 나서느냐고 지인들은 놀려댔다. 


이번에도 부동산부장으로서의 업무를 뛰어넘는 주제를 다뤄야겠다고 맘먹었다.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전날 이뤄졌다는 예금 인출 사태를 보면서였다. 


참기 어려운 분노를 느꼈다. 부산저축은행 쪽 사람들의 부도덕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들보다 금융감독원에 더 화가 났다. 감독기관은 뭐하고 있었나 싶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기자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던 듯하다. 오죽했으면 예정에도 없이 금융감독원까지 찾아가 간부들을 호통쳤을까. 


금감원 개편에 관한 한 기자는 확고한 의견을 갖고 있다. 반관반민이라는 어정쩡한 위상을 벗겨내야 한다는 거다. 방법은 한 가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합치는 거다. 우리 같은 `금융 후진국`에서 정책 수립과 실무 집행을 떼놓아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후 정권인수위원회 때와 정부 출범 직후 양 기구 통합은 강도 높게 검토된 걸로 안다. 왜 유야무야됐는지 따져보고 싶지 않지만 결과적으로는 허언만 되고 말았다. MB정부 출범 3년을 넘긴 지금 이 대통령과 참모들은 금감위ㆍ금감원 통합을 어떻게 보는지 묻고 싶다. 3년 전에는 왜 통합을 내걸었는지 듣고 싶다. 지금은 대통령 곁에서 누가 이런 과제를 계속 챙기고 있는지 더 궁금하다. 


대통령 비서실에서 중장기 국가 과제를 챙기겠다던 정책기획수석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대통령 직속으로 줄줄이 위원회를 만들어 놓았으나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미래기획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등 이름은 그럴듯하지만 역할은 종잡을 수 없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느닷없이 연금을 활용한 대기업의 대주주 견제 필요성을 제기해 재계를 흔들어 놓았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이끄는 측근 실세가 얘기했는데 이걸 개인 의견이라고 청와대에서 선을 그었다. 유치한 코미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양쪽 모두 무책임해 보인다.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지냈다가 국책은행장으로 등급을 낮춰 내려간 대통령의 측근 실세가 위원장으로 있었던 국경위는 대체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국민에게 MB정부에서 하고 있는 국가 정책은 4대강과 보금자리주택밖에 없어 보인다. 


초과이익공유제나 연금의 대기업 견제론은 즉흥적으로 내뱉은 견해로 비쳐진다. 정권 초기 내놓았던 메가뱅크론이나 금융위ㆍ금감원 통합 같은 사안도 일회성에 그치는 제안에 불과했구나 싶다. 시도해 봤다가 안 된다 싶으니 그냥 접어버리고만 꼴이다. 너무 가볍다는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런 중장기 정책 과제를 진득하게 챙길 조직이 없다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선진화재단을 이끄는 박세일 교수의 지론에 동의한다. 그는 오래전부터 국가 비전을 제시하고 전략 기획 기능을 수행할 상설 정부 조직을 둬라고 촉구해왔다. 정권의 성향에 따라 잠시 뒀다가 사라질 임시 조직이 아니라 행정부 안에 상설 조직으로 두자는 것이다. 과거 개발연대 때의 경제기획원과 비슷할 수도 있지만 시대상황이 바뀌었으니 판박이로 가지 않을 수 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사회주의 체제에 민주주의와는 아직 거리가 먼 중국조차도 국가발전계획위원회를 진작부터 두고 있다. 벌써 12차까지 나온 `5개년 계획`을 여기서 관장한다. 국무원 산하 장관급 상설조직이다. 권력 핵심이 바뀌어도 유지된다. 


레임덕을 걱정해야 할 정권 후반부에 새로운 부처를 만들자고 하면 안 먹힐 걸 잘 안다. 그렇다면 일단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전부 없애고 단일 조직 하나만 두기를 권한다. 여기에 중장기 국가 경영 전략 수립 과제를 주면 된다. 


집권 전에 구상했던 중장기 과제나 인수위에서 제시한 의욕에 찼던 정책을 다시 정리하라고 주문하고 싶다. 퇴임 전에 그중 하나라도 실천하라고 권한다. 못이룬 나머지는 다음 정권에 물려줘 기어이 해내도록 길을 닦으라고 요청한다. 


[부동산부 = 윤경호 부장 yoon218@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