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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컬럼] `리스펙트 아더스` 부터 가르쳐라 (2011.7.20.)

joon mania 2015. 8. 8. 22:37


[데스크 컬럼] `리스펙트 아더스` 부터 가르쳐라 (2011.7.20.)




해병대 2사단 내무반 총질 사건 후 생각을 굳혔다. 

열아홉 살 아들에게 징집 영장이 나와도 군대에 보내지 않기로. 

남들이 손가락질하고 욕할지 모르지만 아랑곳하지 않을 작정이다. 

본인들 군대 안 간 대통령이나 장관, 그리고 자식들 군대 안 보낸 실력자들이 어느 때보다 존경스럽다. 그들의 혜안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불법, 탈법만 아니라면 다소 편법이라 해도 아들 군대 안 보낼 묘수를 찾아보련다. 

다른 부모들도 비슷한 심정일 거라고 감히 확신한다. 

지난해 천안함 사고가 났을 때는 이런 정도까지 흥분하지 않았다. 훈련 중이었고, 작전 수행 중이었다니까. 

대한민국 사내라면 의당 감내해야 할 병역의무이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세대는 그렇게 배웠다. 그런데 달라졌다. 요즘 아이들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툭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급기야 내무반을 함께 쓰는 전우에게 총질을 했다. 조준 사격까지 했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뒤늦게 군대에서의 반인권적 가혹행위가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후임병의 성경책을 불질렀다고 한다. 남의 종교조차 인정하지 않는 인간성 파괴의 극단이다. 상대를 괴롭히며 희열을 느끼는 `새디스트` 같은 행동이 줄이어 폭로된다. 

스무 살 전후의 젊은 애들을 한곳에 모아놓았으니 감정 싸움과 갈등이 없을 리 없다. 

군에서는 한 해에 죽거나 다치는 장병이 대략 연대 병력쯤 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정확히 몇 명이 목숨을 잃는지 알 길은 없다. 크고 작은 부상을 합쳐 이 정도의 희생을 치른다면 병역의무라는 게 되레 애들 잡는 몹쓸 일이다 싶다. 

이럴 바에는 징병제를 던져버리고 차라리 모병제로 가는 게 어떨까. 

재정 부담 증가 여부나 직업군인들의 반발 등 논란이 불을 보듯 뻔하지만 오죽하면 이런 제안을 할지 책임 있는 이들은 헤아려 주기 바란다. 

어떻게 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을지 고민이다. 내부 고발 유도, 외부에서의 감시 등이 거론되지만 뻔할 거다. 가혹행위를 하면 해병대의 상징인 `빨간 명찰`을 떼도록 한다는데 그것도 별로다. 

사고 친 병사의 인성 문제로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사회 전체의 평소 교육 철학과 연결시켜 돌아볼 필요가 있다. 폭력이 폭력을 부르는 심리와 행태가 왜 나오는지 규명한 뒤 답을 끌어내야 한다. 

기자는 몇 년 전 특파원으로 일하던 시절 당시 미국 고등학교를 다니던 아들이 전했던 얘기에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는다. 

미국 학교에서 학생 간에 지켜야 할 제1의 철칙은 `리스펙트 아더스(respect others)`였다. 의미 그대로 `상대방 존중하기`다. 

공부시간에도, 운동할 때도, 언쟁을 벌일 때도 이걸 지켜야 한다. 이에 위배되면 교사는 엄중한 벌을 줬다. 

수업시간에 질문할 때 남이 먼저 손을 들었으면 그가 먼저임을 인정해야 한다. 질문할 권한을 먼저 가졌음을 존중한다. 말싸움을 하다가 상대를 밀쳤거나 가격했다면 가장 심각한 상대방 존중하기 위배로 간주해 벌을 준다. 

순서를 기다리며 길게 줄서 있는데 얌체같이 새치기를 하는 행위도 `리스펙트 아더스`를 위배한 거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집단 생활을 하면서 미국 애들은 이 철칙을 몸에 배도록 교육받고 실천하며 산다. 학교마다 규칙이 있고 위반하면 적용하는 벌칙이 있지만 그에 앞서 개개인이 꼭 먼저 지켜야 할 덕목이 바로 `리스펙트 아더스`였다. 

개인의 덕목이 사회 구성원 전체의 행동 강령으로 발전하도록 만들었다. 학교 교육을 받은 미국 아이들이라면 극단의 일탈 행위로 가기 전에 이런 덕목이 떠올려지게 훈련됐다.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선택인 것 같지만 사실은 타율적 강제다. 겉보기엔 풀어준 듯해도 꼭 지켜야 할 규칙을 정해놓고 위반하면 일벌백계한다. 

이게 오히려 효과적인 교육 방식이다. 

[부동산부 = 윤경호 부장 yoon218@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