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컬럼
매경포럼/미 전문직 비자쿼터 신기루였나(2012.4.24.)
joon mania
2015. 8. 8. 22:53
매경포럼/미 전문직 비자쿼터 신기루였나(2012.4.24.)
지난 13일 서울행정법원이 눈길을 끄는 판결 하나를 내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제기한 소송이다. 외교통상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였는데 각하됐다. 2007년 6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받은 전문직 비자 쿼터 서한을 공개하라는 거다.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회고록에서 서한을 거론하며 불거진 문제로 세인들의 관심권에는 들지 못했다. 하여튼 외교부는 판결 후 "이번 소송의 승소와 무관하게 전문직 비자 쿼터 확보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 나갈 예정"이라고 머쓱한 성명을 내놓았다.
법원의 판결과 외교부의 성명을 보면서 아차 싶었다. 몇 년 전 워싱턴에서 한ㆍ미 FTA 협상과정을 취재할 때 `실과 바늘`처럼 머릿속에 각인돼 있던 사안을 까맣게 잊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미국은 전문직(H-1B 비자 타입)에 연간 비자 발급 쿼터를 설정해 놓는다. 학사나 그 이상 학력의 전문지식 보유 직종으로 예를 들자면 건축사, 엔지니어, 회계사 등이다. 통상 한해 6만5000여 명의 쿼터를 열고 매년 4월 1일부터 접수를 받는다. 어떤 해에는 2~3개월 만에 소진되기도 한다. 한국인들은 한 해 평균 3000여 명가량이 개별적으로 발급받았다.
우리 정부는 한ㆍ미 FTA를 성사시키면 전문직 비자 쿼터라는 부대 선물이 있다고 협상 초기부터 내세웠다. 미국은 실제로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나라들에 전문직 비자쿼터를 선물로 줬다. 캐나다와 멕시코에는 쿼터 제한을 아예 풀었고, 호주에는 E-3비자 1만500명, 싱가포르와 칠레에는 H-1B1 비자를 각각 5000명과 1500명씩 배정했다. 호주 외의 나라에는 FTA 협정문에 아예 전문직 비자 쿼터 항목을 넣었다.
행정부 간 협상 타결 후 2007년 6월 말 서명식까지 해놓고 미국 측이 재협상을 요구해오자 외교부는 `전문직 비자 쿼터 확보`라는 반대급부를 내걸었다. 재협상 불가를 공언하던 우리 정부가 노동, 환경 분야 등에서 미국의 요구안을 모두 받아들이면서 일방적인 양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이에 김종훈 당시 한국 측 수석대표는 미국 행정부의 전문직 비자 쿼터 협조 약속을 받아내 균형을 맞췄다고 설명한 것이다.
2003년 싱가포르와의 FTA 체결 후 미국 의회는 행정부에 위임했던 전문직 비자쿼터 관리 업무를 가져갔다. 따라서 김 대표의 언급은 비자 쿼터 배당이 의회몫이지만 미 행정부가 의회에 얘기를 잘해주기로 했다는 의미였던 거다. 김 대표는 호주의 1만500개를 비교하며 경제 규모 등으로 볼 때 우리에게는 그보다 많이 배정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2008년 애니 팔레오마베가 하원 동아태소위원장은 한국에 쿼터 2만개를 배정하자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정황을 종합해보면 우리가 기대해볼 만한 규모는 2만개 이상이다. 미국에서 공부한 한국 젊은이들이 개별적으로 신청하는 비자와 별도로 이 정도의 전문직 비자 쿼터를 배정받는다면 현지 일자리 확보에 엄청난 숨통을 트는 셈이다.
FTA는 관세나 비관세 장벽을 없애 물품과 인력 교류를 촉진하자는 취지다. 지난달 15일부터 한ㆍ미 FTA가 발효된 뒤 사라진 관세 덕분에 품목별로 소비자가격 인하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한ㆍ미 FTA를 해냈으니 이젠 인력 교류를 위한 전문직 비자 쿼터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 호주는 미국과 2004년 5월 FTA를 체결하고 10개월에 걸친 의회와의 별도 협상을 통해 전문직 비자 쿼터를 확보해냈다. 물론 당시 하워드 호주 총리와 미국 상원 빌 프리츠 법사위원장 간 개인적인 친분 관계가 크게 한몫을 했다.
미국이 오는 11월 대선과 상ㆍ하원 선거를 앞두고 있으니 비집고 들어갈 틈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거다. 그런 만큼 체계적인 전략을 세워 접근해야 한다. 미국을 잘 꿰뚫고 있는 외교관과 전문가들이 모여 다시 `한 건` 해야 할 때다.
[윤경호 논설위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제기한 소송이다. 외교통상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였는데 각하됐다. 2007년 6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받은 전문직 비자 쿼터 서한을 공개하라는 거다.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회고록에서 서한을 거론하며 불거진 문제로 세인들의 관심권에는 들지 못했다. 하여튼 외교부는 판결 후 "이번 소송의 승소와 무관하게 전문직 비자 쿼터 확보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 나갈 예정"이라고 머쓱한 성명을 내놓았다.
법원의 판결과 외교부의 성명을 보면서 아차 싶었다. 몇 년 전 워싱턴에서 한ㆍ미 FTA 협상과정을 취재할 때 `실과 바늘`처럼 머릿속에 각인돼 있던 사안을 까맣게 잊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미국은 전문직(H-1B 비자 타입)에 연간 비자 발급 쿼터를 설정해 놓는다. 학사나 그 이상 학력의 전문지식 보유 직종으로 예를 들자면 건축사, 엔지니어, 회계사 등이다. 통상 한해 6만5000여 명의 쿼터를 열고 매년 4월 1일부터 접수를 받는다. 어떤 해에는 2~3개월 만에 소진되기도 한다. 한국인들은 한 해 평균 3000여 명가량이 개별적으로 발급받았다.
우리 정부는 한ㆍ미 FTA를 성사시키면 전문직 비자 쿼터라는 부대 선물이 있다고 협상 초기부터 내세웠다. 미국은 실제로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나라들에 전문직 비자쿼터를 선물로 줬다. 캐나다와 멕시코에는 쿼터 제한을 아예 풀었고, 호주에는 E-3비자 1만500명, 싱가포르와 칠레에는 H-1B1 비자를 각각 5000명과 1500명씩 배정했다. 호주 외의 나라에는 FTA 협정문에 아예 전문직 비자 쿼터 항목을 넣었다.
행정부 간 협상 타결 후 2007년 6월 말 서명식까지 해놓고 미국 측이 재협상을 요구해오자 외교부는 `전문직 비자 쿼터 확보`라는 반대급부를 내걸었다. 재협상 불가를 공언하던 우리 정부가 노동, 환경 분야 등에서 미국의 요구안을 모두 받아들이면서 일방적인 양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이에 김종훈 당시 한국 측 수석대표는 미국 행정부의 전문직 비자 쿼터 협조 약속을 받아내 균형을 맞췄다고 설명한 것이다.
2003년 싱가포르와의 FTA 체결 후 미국 의회는 행정부에 위임했던 전문직 비자쿼터 관리 업무를 가져갔다. 따라서 김 대표의 언급은 비자 쿼터 배당이 의회몫이지만 미 행정부가 의회에 얘기를 잘해주기로 했다는 의미였던 거다. 김 대표는 호주의 1만500개를 비교하며 경제 규모 등으로 볼 때 우리에게는 그보다 많이 배정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2008년 애니 팔레오마베가 하원 동아태소위원장은 한국에 쿼터 2만개를 배정하자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정황을 종합해보면 우리가 기대해볼 만한 규모는 2만개 이상이다. 미국에서 공부한 한국 젊은이들이 개별적으로 신청하는 비자와 별도로 이 정도의 전문직 비자 쿼터를 배정받는다면 현지 일자리 확보에 엄청난 숨통을 트는 셈이다.
FTA는 관세나 비관세 장벽을 없애 물품과 인력 교류를 촉진하자는 취지다. 지난달 15일부터 한ㆍ미 FTA가 발효된 뒤 사라진 관세 덕분에 품목별로 소비자가격 인하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한ㆍ미 FTA를 해냈으니 이젠 인력 교류를 위한 전문직 비자 쿼터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 호주는 미국과 2004년 5월 FTA를 체결하고 10개월에 걸친 의회와의 별도 협상을 통해 전문직 비자 쿼터를 확보해냈다. 물론 당시 하워드 호주 총리와 미국 상원 빌 프리츠 법사위원장 간 개인적인 친분 관계가 크게 한몫을 했다.
미국이 오는 11월 대선과 상ㆍ하원 선거를 앞두고 있으니 비집고 들어갈 틈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거다. 그런 만큼 체계적인 전략을 세워 접근해야 한다. 미국을 잘 꿰뚫고 있는 외교관과 전문가들이 모여 다시 `한 건` 해야 할 때다.
[윤경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