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컬럼

포럼/법치국가와 불법국가의 차이(2013.2.21.)

joon mania 2015. 8. 8. 23:15
포럼/법치국가와 불법국가의 차이(2013.2.21.)

운레히트슈타트와 레히트슈타트


               "
법에 의한 통치를 했지만
나치지배에 불법국가 낙인찍어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행사는
현인정치 아닌한 시행착오 불러
새 정부는 법치 제대로 하기를
                 "

사전에도 없는 `운레히트슈타트(Unrechtsstaat)'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독일 헌법학자들에 의해서다.법치국가 의미인 `레히트슈타트(Rechtsstaat)'에 부정의 접두어를 붙였다.풀어보자면 불법국가 정도로 해석된다.나치 시절의 폭압적인 국가체제를 학문적으로 규정하면서 도출해냈다.겉으로는 법에 의한 지배를 했더라도 헌법학자들은 그 시절을 법치라고 평가하지 않았다.`악법도 법'이라는 소크라테스의 철학을 존중했으나 나치의 지배를 법치국가로는 대접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번주 임기를 마치는 이명박 정부와 다음주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를 놓고 `운레히트슈타트' 운운하는 건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짚고 넘어가야겠다.

이명박 정부에는 공과가 엇갈린다.5년의 치적을 따져보면 박수칠 일도 많다.그렇지만 딱 두가지 사안만으로도 MB정부는 스스로를 법치국가였다고 자임할수 없을거라고 단언한다.`민간인 불법사찰'과 `임기말 측근 사면'이다.

민간인 불법사찰 같은 작태는 군사정권에서나 있는 일인줄 알았다.아직도 청와대 일개 비서관의 과잉 충성과 돌출 행동이 낳은 지엽적인 사건으로 간주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그렇다면 이런 따가운 얘기를 아파할리 없을테니.

비리를 저지른 측근을 임기말에 사면하면서 이대통령은 `법과 원칙에 따라 했다'고 강변했다.임기중 발생한 비리를 사면 않겠다는 약속은 지켰다고 했다.차라리 최시중,천신일 씨에게 진 빚을 갚고싶어 그랬다고 솔직하게 말하는게 나았다.사돈 집안의 기업오너도 끼워넣었다.다른 측근 129명에게는 무더기로 훈장을 줬다.국민을 두번,세번 우롱했다.

사면법에는 법무부장관이 대상을 정하도록 돼있다.국무회의의 의결도 거쳐야한다.이렇게 절차를 두지만 전적으로 대통령의 뜻에 좌우됐다.신세진 사람에 빚갚거나 아는 사람 챙겨주는 수단이 사면권이었던 꼴이다.여론의 숱한 반대를 뭉게버렸다.아무리 표로 선출된 최고권력이라도 사면권을 맘대로 행사해도 좋다는 규정은 헌법에 없다.

누가 대통령에게 이런 권한을 부여했나.대법원 확정판결 난지 불과 나흘만에, 형기의 절반도 안채웠는데도 사면이 가능한건 우리의 법체계 수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프랑스처럼 부정부패 공직자는 원천적으로 대상에 넣지 못하고, 미국처럼 실형을 선고 받은 이는 석방후 5년을 지나야 가능케해야한다.

다음주 임기를 시작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법치는 어떤 개념일지 궁금하다.대통령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통치를 하려면 `현인 정치'여야 한다.그래야 시행착오를 피한다.고대 그리스 플라톤의 철인정치나,조선시대 율곡 이이의 도학정치론 수준이다.모든 분야에 똑똑하고 오류없는 결정을 내려줘야한다.요즘 현실에서 가능할수 없다.

헌법을 준수하는 한 통치행위는 법으로 뒷받침돼야 한다.아울러 근거 규정인 법을 잘만들어놓아야 한다.입법권을 쥔 국회의 역할이 커졌지만 법을 떠나 대통령의 권한은 압도적이다.
아직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이지만 당선인 신분에서도 얼마나 제왕적 권한을 갖고 있는지 박 당선인은 이미 보여줬다.원안에서 한발짝도 물러날수 없다고 밀어부치고 있는 정부조직 개편작업은 대표적이다.과거 독재정권을 떠올린다는 비판에도 아랑곳 않는 경호실장 장관급 격상과 육군참모총장 출신을 앉힌데서는 `고집'이 읽혀진다.정치인 박근혜는 원칙을 트레이드마크로 박수를 얻었다면, 대통령 박근혜는 유연함을 잃지 않기를 권한다. 

`법에 의한 지배'는 17세기초 영국 제임스1세와 싸웠던 에드워드 코크경 주도의 의회세력이 내민 개념이었다.절대군주의 권력을 견제하고 자의적 통치를 막으려는 의도였다.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집무를 시작하기 전 법치의 기본부터 되새겨보기를 앙망한다.제대로 법치를 실현함으로써 5년후 새로 등장할 다음 대통령 당선인에게 오늘과 똑같은 주문을 되풀이 하지 않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