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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 원자력협정 美업계를 활용하자 (2013.8.13.)

joon mania 2015. 8. 10. 15:43
매경포럼 / 원자력협정 美업계를 활용하자 (2013.8.13.)
 

세법개정안.국정원 국조
현안에 밀려 관심밖이지만
한미간 협상 전략 다시 짜라
기술과 부품 한배 탄 미 업체들
의회 설득할 우군으로 끌어와라
 
 
지난 7월 하순 미국 내 3개 경제단체가 한 통의 편지를 띄웠다. 원자력에너지협회, 전미제조업협회, 상공회의소 공동 명의다. 수신인은 존 케리 국무장관과 어니스트 모니즈 에너지부 장관. 내용은 이렇다. 미국이 다른 나라와 맺은 양자 간 원자력협정에 담긴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규정에 보다 실용적인 접근을 해 달라는 것이다. 

미국은 1954년 제정된 원자력에너지법에 의거해 이후 50개 국가와 원자력협정을 맺었다. `123협정`으로 불린다. 1954년에는 원자력에 관한 한 미국이 독점적인 공급자였다. 이후 경쟁자들이 출현했다. 러시아 프랑스 일본 등이 미국 몫을 빼앗아갔다. UAE에서처럼 한국도 가세했다. 한국은 중요한 부품 공급자 노릇도 한다. 스리마일 사고로 신규 건설을 중단한 지 34년 만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조지아주에 세우기로 한 원전에는 두산중공업에서 만든 원자로가 쓰인다. 기술과 부품으로 엮인 업체들은 시장 확대라는 목표를 향해 이미 한배를 타고 있다. 

3개 단체가 보낸 편지는 한ㆍ미 원자력협정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목까지 차오른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 확충과 재처리를 위해 기존 한ㆍ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원한다는 한국 상황을 이해한다고 했다. 이젠 미국에도 주요 부품 공급자이자 파트너인 한국 측에 신뢰관계를 계속 유지하려면 시의적절하게 한ㆍ미 원자력협정이 갱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 편지가 발송되고 이틀 후인 7월 24일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에서는 2014년 3월 19일로 예정된 한ㆍ미 원자력협정 만기를 2년 연장하는 개정법률안을 가결 처리했다. 양국 행정부는 일단 만기를 연장해 놓고 3개월마다 추가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쟁점에 진전을 보지 못하자 지난 4월 말 박근혜 대통령 방미를 앞두고 정상회담에서 껄끄러운 안건을 피하기 위해 덮기로 한 것이다. 사실 2010년 10월 1차 협상 후 1년4개월간 허송세월했다. 아무리 이명박정부 말기였다지만 청와대도 외교부도 책임 있게 챙기지 않았다. 사용한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재처리`와 핵연료 자체 생산을 위한 `우라늄 농축`이 허용되기를 우리가 원했는데 미국이 완강하게 버텼다. 

외국과 맺은 협정은 정부 간 협상으로 바뀌지만 의회 승인을 얻어야 한다. 미국이나 우리나 마찬가지다. 이런 관행에 이미 익숙한 미국에서는 업체들이 나서서 의원들을 설득한다. 우리가 한ㆍ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원했다면 미국 업계에도 미리 공을 들였어야 했다. 일본은 당장 원자력협정 개정과 상관없는데도 지난해 도시바를 내세워 미국 우라늄 농축회사에 자본을 투자했다. 민간기업이 나섰지만 일본 정부의 큰 그림 속에서 나온 결정이라고 관련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런 인연 맺기가 미국 업계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궁극적으로 의회를 움직이게 하는 데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고리를 일본은 알고 있다. 

한ㆍ미 원자력협정은 2년 연장됐으니 2016년 3월이 다시 만기다. 그해 11월에는 미국 대선이 치러진다. 민주ㆍ공화 양당은 연초부터 후보 경선에 휩싸인다. 의회의 레임덕 세션(정권 말에 열리는 의회 회기)은 앞당겨질 것이고, 심의에 필요한 90일 규정 등을 감안하면 2015년 여름휴가 전에 협상을 마쳐야 한다. 

온 나라가 세제개편안에 따른 증세와 월급생활자ㆍ중산층 지갑 털기 논란으로 뜨겁다. 야당은 국정원 댓글 선거 개입에다 세금 문제를 더해 장외로 나갔다. 그래도 한쪽에서는 제 분야에서 묵묵히 사과나무를 심는 이들이 있어야 한다. 

업계와 관료들은 한ㆍ미 원자력협정에 대한 시간 계획과 전략을 다시 짜보기 바란다. 한ㆍ미 원자력협정에 실용적 접근을 주문한 미국 내 업계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우리 업계도 손놓고 있지는 않았는지. 연회비 80달러만 내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미국 원자력에너지협회(Nuclear Energy Institute)에 우리 쪽 업체나 연구소가 몇 곳이나 가입했는지 궁금하다. 

[윤경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