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뉴스에 비쳐본 한국경제

일본 2분기 성장률이 왜 소비세 인상 여부를 좌우하나 (2013.8.14.)

joon mania 2015. 8. 10. 15:46
일본 2분기 성장률이 왜 소비세 인상 여부를 좌우하나 (2013.8.14.)

[윤경호 기자의 국제뉴스에 비쳐보는 한국경제]

네이버 기사입력 2013-08-14              

지난 12일 일본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연율로 환산해 전년 동기 대비 2.6% 성장한 것으로 발표됐다. 1분기 대비 0.6% 늘어 3개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1분기 성장률은 연율로 3.8%였다. 아베노믹스 효과로 소비심리가 호전되고 수출에서 좋은 실적을 올린 덕분이었다. 

아베 신조 총리의 강력한 드라이브인 아베노믹스가 성과를 올린 것이니 환호성이 나와야 할일인데 아베 주변 참모들은 한숨을 내뱉았다. 

사연은 이렇다. 2분기 성장률은 아직 속보치이기는 하지만 시장의 예상치인 3.6%에 못미치게 나왔다. 부문별로 따져보면 실제로 아직 경기회복을 단언하기에 부족한 지표들이 많았다. 가장 중요한 지표로 대접받는 기업 설비투자는 0.1% 줄었다. 6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였다. 주택 투자도 0.2% 감소했다. 5개 분기 만에 하향세로 돌아서버렸다. 

아베노믹스로 일본 기업들의 실적은 크게 좋아졌다. 닛케이 225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순익은 연율 10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 기업 주가는 연일 올라 이대로 가면 2005년 이후 최대 연 수익률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들이 손에 쥔 현금 보유량도 19% 늘어 9년여 만에 최대 실적이다. 문제는 기업의 수익이 실물경제로 옮겨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지난달 금융정책결정회의후 기자회견에서 소비세 인상을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2분기 성장률이 기대치보다 낮게 나오자 일각에서는 소비세 인상 추진을 보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사진은 연합뉴스 인용>


수치상으로 국내총생산 자체는 증가세를 이어가는 것은 맞는데 기대에 충족하지 못한 반쪽 성장이어서 소비세 인상이라는 대형 과제를 과연 일정대로 밀어부칠수 있는지 자신이 없어진 것이다. 소비세는 우리의 부가가치세와 같은 것으로 대표적인 간접세다. 성장률 발표 직후 아베 정권의 경제 브레인인 혼다 에쓰로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GDP 성장세가 미약해 증세시점이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는 소비세 인상 결정을 보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경제자문인 하마다 고이치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도 소비세 인상이 초기 단계인 성장을 지체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반면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융정책결정회의 후 "디플레이션 탈피와 소비세율 인상은 서로 양립할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세율을 올려도 경제 성장을 지속시킬수 있다는 의미였다. 

일본은 재정적자 타개를 위해 내년 4월 현행 5%인 소비세율을 8%로 높이고 2015년 10월에는 10%로 올리겠다고 공표했다. 다만 지난 8월 마련된 소비세 증세법안에는 내년에 현행 5%에서 8%로 올릴지 여부를 올 10월까지 결정토록 했다. 경기가 충분히 호전될 경우에 추진한다는게 조건이다. 아베 정권에서는 연 2% 성장이면 소비세 인상이 가능하다고 봐왔다. 하지만 돌아가는 여러 여건을 보니 연2%대로는 강한 반발에 부닥칠수 있다는 신중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2분기 성장률이 시장에서의 예상치처럼 3.6%에 가깝게 나왔다면 환호성을 질렀을텐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섣불리 소비세를 올리면 회복되던 경기는 위축되고, 세수가 되레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빠져든다.1995년 4월 무라야마 도미이치 정권에서는 소비세를 3%에서 5%로 올렸다가 그해 성장률이 1분기 3%에서 2분기 -3.7%로 곤두박질친 바 있다. 

아베 정권의 소비세 인상 추진은 국제사회에서 재정 건전화를 위한 일본 정부의 노력 가운데 하나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GDP대비 230%에 달하는 일본의 국가부채비율을 개선하려면 세수를 더 확충해야 하고 이를 위해 아베 정권은 소비세 인상을 선택한 것이다. 일본의 국가부채는 아베노믹스가 도입된 뒤에도 빠르게 증가해 6월 기준 1000조엔마저 돌파했다. 

미국과 유럽쪽 투자자들은 보유중인 일본 채권값 폭락을 우려해 재정을 건전화시킬 소비세 인상을 밀어부치라고 주문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에 미칠 충격을 줄이면서도 증세에 성공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연 1% 등의 점진적인 소비세 인상안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베노믹스의 두 개의 축은 통화완화 정책과 재정긴축 정책"이라며 "아베 정권이 증세로 중기 재정적자를 줄이면서도 경제성장을 유지해야 하는 보다 힘든 과제에 맞닥뜨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연례보고서에서 올 연말 GDP 대비 25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는 국가채무를 줄일 의미 있는 조절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 바 있다. 그러면서 성장률 둔화 등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예정대로 소비세 인상을 추진하라고 압박했다. 

딜레머에 빠져 있는 아베 정부가 소비세 인상에 어떤 단안을 내릴지 주목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