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智園] 한국에도 부유세? (2013.8.22)
지난해 프랑스 대선에서 사회당 올랑드 후보는 부유세를 요란하게 추진했다. 연간 100만유로(약 15억원) 이상 소득자에게 소득세 75%를 물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고, 최고 행정재판소 기능을 하는 국사원도 같은 판결을 내려 제동을 걸어버렸다. 소득 중 3분의 2 이상을 세금으로 징수하는 것은 소득을 몰수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논리였다. 그 와중에 국민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러시아로 세금망명을 했고,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그룹 회장은 벨기에로 국적을 옮기려다 비판 여론에 부닥치자 철회하기도 했다.
부유세는 유럽에서 20세기 초부터 도입됐다. 소득세제가 정착되기 전 이를 보완하는 수단이었다. 스페인 프랑스 아이슬란드는 폐지했다가 부활한 쪽이고, 독일 오스트리아 덴마크 스웨덴 등은 폐지했다. 미국에서도 레이건이 감세를 하기 전까지는 소득세 최고세율이 70%였고, 케네디가 감세하기 이전에는 93%를 부과한 적도 있다. 따져보면 우리 상속세나 종합부동산세도 부유세의 일종이다. 슈퍼리치 기준은 연소득 혹은 순자산(부채를 뺀 자산)으로 일정 규모 이상 부자를 말한다.
지난해 대선 때 일각에서 부유세 도입이 거론되자 조세재정연구원이 순자산 9억원 초과자에게 부유세 0.75~1.5%를 매기면 연간 7조3500억원가량 세수를 더 끌어낼 수 있다는 보고서를 만들었다. 지금도 국회에는 고소득자에게 현행 최고세율 38%보다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자는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5억원 초과 소득에 45%, 1억5000만원 초과~5억원엔 40% 소득세율을 적용하자는 쪽이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최고세율을 40%로 올리고 대상도 1억2000만원 초과부터로 강화하는 법안을 냈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최고세율 38% 적용 대상을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은 이를 2억원 초과로 하자며 개정법안을 각각 내놓았다.
얼마 전 세법개정안에서 중산층에 무겁게 세금을 때리겠다고 했다가 뭇매를 맞고 후퇴한 소동이 있었다. 현오석 경제팀에 큰 흠집을 남긴 이 사건은 돈 쓸 곳은 많은데 세입 재원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현실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복지공약 준수(?) 고집을 꺾지 않고 있으나 유연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 세상에 확실한 것은 죽음과 세금밖에 없다고 한다. 부유세를 매긴 나라치고 잘된 국가가 없다는 점 역시 증명됐다. 한국과 부유세는 아직 어울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