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智園] 스노마겟돈(2014.2.18.)
2010년 2월 워싱턴DC 일대를 강타한 기록적인 폭설 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스노마겟돈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눈(snow)과 아마겟돈(armaged-don)을 합성한 단어로 세상이 눈에 파묻혀 종말로 향해가는 듯하다는 의미였다.
아마겟돈은 신약성서(요한계시록 16:16)에서 악마가 거느린 지상의 왕들과 신이 벌이는 최후의 일대 결전 장소다.
요즘 미국 동부와 일본 및 한국 동해안의 기록적인 폭설로 스노마겟돈이라는 표현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지난 6일부터 눈폭탄을 맞은 강릉 지역은 1911년 기상관측 이래 기록을 경신했다. 최심 적설(실제 지면에 쌓인 눈의 최대 깊이)이 110.1㎝로 1969년 2월 109.7㎝를 깼다.
미국 동부의 경우 2010년 2월 이전에는 1922년 1월 71.1㎝가 최고였다. 기상당국의 공식 기록 전에는 1772년 워싱턴DC 일대에 90㎝의 눈이 내렸다고 조지 워싱턴의 일기에 쓰여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주말 폭설 때 후지산 부근에서 9개 열차가 멈춰 900여 명이 고립돼 있는데도 공무원에게 대응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행정력이 가동되지 못했다고 한다. 주민대피명령 폭설 기준이 `24시간 이상 지속`인데 일기 예보에서 24시간을 언급하지 않아 그렇게 됐고, 야마나시현의 경우 공무원 동원령이 지진과 태풍은 해당되나 폭설은 명기돼 있지 않아 가장 피해가 컸는데도 손을 놓고 있었다. 매뉴얼이 없으면 대처하지 못하는 일본 사회의 모습을 또 보여줬다.
이번 동해에서의 폭설은 해상에서 수증기를 머금은 바람이 백두대간과 부딪치면서 공중으로 솟구쳐 올라 3㎞ 높이 눈구름으로 발달해 생겼다고 한다. 여기에 일본 남쪽 해상에서의 저기압이 막대한 양의 수증기를 계속 공급해 습설을 만들었다. 건조한 `건설`과 달리 습설은 수분함량이 40%에 이르고 그만큼 무겁다. 1㎡ 넓이에 1m 눈이 쌓이면 무게는 300㎏에 육박한다.
지난 주말 주춤했던 동해안에 눈이 또 오고 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시간 내서 눈 치우기 자원봉사하러 가야겠다.
[윤경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