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世智園] 절규(絶叫) (2014.4.22.)

joon mania 2015. 8. 10. 17:01
 
 

 

 

 

 

그림 문외한도 뭉크 작품 `절규`에는 익숙하다. 
지금은 뒤로 밀렸지만 미술경매에서 역대 최고가(1억2000만달러)에 팔린 기록 덕분에도 유명했다. 다리 위에서 전율하며 양손을 얼굴에 대고 한 남성이 정면을 주시한다. 해골 같은 얼굴에는 공포에 찬 절규와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담겨 있다. 삶에서 겪을 수 있는 사고와 질병, 가난과 좌절 등 고통스러운 현실에 누구나 마주친다. 
불안과 절망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된다. `절규`는 이런 감정 표현의 종착에서 만날 수 있는 정점에 해당될 듯하다. 노르웨이 작가 에드바르 뭉크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의 질병과 죽음을 여러 번 경험했다. 의사였던 아버지는 성격장애였다. 어머니는 다섯 살 때 결핵으로 죽었다. 누나도 그가 열네 살 때 세상을 떴다. 여동생은 심한 우울증으로 정신병원을 드나들었다. 본인도 병약해 늘 죽음에 대한 불안에 떨었다. 불행한 운명에 대한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뭉크는 이 그림 모사작에 "미친 사람만이 그릴 수 있는 것이었다"고 토로했다. 

 

제주로 가던 중 바다에 빠진 세월호 침몰은 운이 없어 터진 사고가 아니었다. 지켜야 할 규칙은 무시됐다. 사고 대응 매뉴얼은 작동하지 않았다. 안으로 곪아 겹겹이 쌓였던 원인이 기폭제를 만나 터졌다. 대한민국은 아직 한심한 재난 후진국임을 전 세계에 확인시켰다. 

 

일본에서는 해상보안청 산하에 전문 잠수사 120여 명을 두고 선박 사고 때 수심 40m까지도 탐색하는 능력을 갖췄다고 한다. 특히 24시간 대기체제로 운영하는 특수구난대를 하네다공항 내 기지에 두고 초기에 즉각 파견한다. 덕분에 지난해 해난사고에서 구조율 96%를 보였다니 부러울 정도다. 

 

희생자 가족이 절규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이들의 슬픔이다. 국민 대다수도 집단 우울감에 빠져 있다. 처음에는 충격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점차 허술한 관리나 선장ㆍ승무원의 무책임에 경악했다. 

 

우왕좌왕하며 무능함을 보이는 정부에는 분노했다. 충격, 경악, 분노가 합쳐져 함께 절규하고 있다. 온 국민의 휑한 몰골과 뻥 뚫린 가슴을 무엇으로 치유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