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컬럼
[매경포럼] 다양성을 위하여(2014.10.21.)
joon mania
2015. 8. 10. 17:36
[매경포럼] 다양성을 위하여(2014.10.21.)
동성애 포용하려던 주교회의
현실벽 못넘었지만 파격적
나와 다름을 존중하는데서
`사회적 소수' 배려 나온다
지난주 초 바티칸에서 날아온 소식은 놀라웠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의 중간 보고서다. 동성애자를 교회가 포용해야 한다고 했다. 비교회 혼인 및 동거 인정, 이혼 및 재혼자의 영성체 허용 등 과거엔 상상도 못했던 내용이 들어 있었다. 낭독될 때 프란치스코 교황도 자리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일요일(19일ㆍ현지시간) 최종 보고서 작성을 위한 투표에서는 참석자 3분의 2라는 벽을 못 넘었다. 관련 문구는 보고서에서 삭제됐다. 보수파의 반발에 무산됐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을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동성애자의 권리를 옹호한다는 의견을 비쳤다.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신문과 인터뷰하면서다. 한국 법은 동성 결혼을 허용하지 않으나 이미 많은 동성 커플이 함께 살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자고 했다. 헌법에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했으니 동성끼리 결혼할 권리를 보장한다고 생각한다는 논리였다.
주교대의원회의 의견은 가톨릭 내 완강한 보수 성향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한 성 소수자 인권단체는 "열린 자세로 토론한 것 자체가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고 평가했다.
박 시장도 대권 가도를 위한 행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보수파의 파상 공세에 휩싸였다.
동성 결혼을 법으로 허용한 나라는 2001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14개국에 이른다. 미국은 50개 주 가운데 30개 주가 합법화했다. 대다수 나라에서는 아직도 불법이다.
동성애자 권리 인정 문제는 백인백색 다를 수밖에 없다. 정치적 입장이나 종교적 신념에 따라 나뉜다. 분명한 건 다수에게 배타의 대상인 소수자들의 권리이니 조심스럽다는 점이다.
이들의 권리를 인정하자는 주교대의원회의나 박 시장은 분명 금기를 건드렸다. 후폭풍을 감수하면서 `다양성에 대한 포용`을 외친 용기를 보였다.
독일은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가장 앞선 대국이다. 그런데 큰 고민을 안고 있다. EU 국가 중 으뜸인 인구 감소 때문이다. 2003년 8240만명이 정점이었다. 2013년 말 현재 8210만명이다. 2060년엔 6600만여 명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시기 영국은 7700만명, 프랑스는 7200만명으로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이니 대비된다.
독일 여성의 출산율은 이미 1970년대 이래 1.4명을 맴돈다. 수십 년간 매년 수십억 유로를 쏟아부어도 무위였다. 독일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이유는 내부 문화에 있다. 전통적으로 이어져오는 남성 우위 기류에다 여성에 대한 직간접적인 무시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이를 일찍 유아원에 보낸 엄마에게 `라벤 무터`라는 헐뜯는 조롱이 있다. `삭막한 엄마`라는 뜻이다. 따가운 눈총을 못 견뎌 24~35세 여성의 넷 중 하나는 출산을 꺼린다. 직업 전선에서 일을 택한다.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여성에 대한 낮은 배려가 인구 감소라는 거시적인 치명타를 가져온 셈이다.
양성평등 문화는 여성 취업률에서 나타난다. 여기에다 출산율도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건 수치로 확인된다. 양성평등지수가 높은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프랑스의 출산율은 2명을 웃돈다. 남성 중심이거나 가톨릭 보수 문화가 주류인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의 출산율은 1.4명 언저리다.
다양성 인정은 현실에 엄연히 존재하는 상대와의 차이를 포용하는 일이다. 성별, 인종, 나이, 성적 지향, 종교, 국적을 아울러야 한다. 사고방식과 문화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엔 이미 신생아 20명 중 1명이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나고 있다. 2020년엔 20세 이하 인구의 5분의 1은 다문화 가정에 속할 것이란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배려는 다양성에 대한 인정에서부터 출발한다. 나와 다름을 받아들이고 존중해야 한다. 쉽지 않다. 그래도 노력해야 할 일이다. [윤경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