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世智園] 민군복합항(2015.1.13.)

joon mania 2015. 8. 10. 18:08
강정마을로 더 알려진 제주도 신설 해군기지 정식 명칭은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다. 지난 주말에 둘러본 현장은 활기 넘쳤다. 제주에 해군기지 필요 결정이 내려진 게 1993년 12월이니 올해 말 완공되면 만 22년 만에 결실을 본다. 거셌던 갈등이 봉합됐으니 나머지 공사가 순항 중일 걸로 생각했는데 아직도 반대파들이 인근 군용관사 72가구 건설을 막고 있다. 몸통은 허용해 놓고 곁가지를 막는 건 의외다. 
군항 아니고 민군복합항인 건 크루즈선 항만시설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잠수함 3척을 포함해 군함 20여 척을 정박하면서 바로 옆에 15만t급 크루즈선 2척을 계류할 수 있다. 기지 한쪽에는 수영장과 헬스시설을 갖춘 복합문화센터와 종합운동장도 지어 현지 주민에게 개방한다니 군사기지라며 민간과는 벽을 치는 방식은 옛말이다. 
민군복합항은 국내외에 많다. 국내에선 동해항에 1함대 사령부 기지와 민간 항구가 맞닿아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은 미국 하와이다. 태평양함대 사령부와 산하 3함대 사령부가 함께 있다. 1945년 9월 2일 일본 항복문서 조인식이 열렸던 미주리호를 퇴역시켜 일반에 공개한다.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공습 때 침몰한 바다 위에 지은 애리조나호 추모관도 관광명소다. 하와이 해군기지는 지역주민 1만4000여 명을 고용한다. 군함 정비와 건조 관련 조선업체에도 4500여 명이 일한다. 미국 본토 서쪽 해안 샌디에이고 민군복합항은 15만여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지역경제활동에서 14%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해군기지와 지역사회 간 상생 성공 모델이다. 호주 시드니는 해군기지가 인근 호텔과 마리나 등과 어우러져 항구 전체를 세계적인 미항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 특히 남태평양에 자리 잡은 덕분에 외국 함정이 많이 방문해 그 자체로 관광수입을 올린다. 이탈리아 관광지 나폴리항이나,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지방에 있는 툴롱항도 민군복합항으로 유명하다. 
강정기지에도 전단 규모 함대와 지원병력 5000여 명이 올 테니 지역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덕분에 소비가 늘어나고, 기지 운영과 연결된 일자리가 생겨 민군복합항 취지를 살렸으면 좋겠다. [윤경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