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컬럼

[매경포럼] 모을까요? 쪼갤까요?(2015.5.19.)

joon mania 2015. 8. 11. 14:12
[매경포럼] 모을까요? 쪼갤까요?(2015.5.19.)

 

대용량 생산해 배분하는 에너지설비
입지·송전시설 난관에 이젠 불가능
쪼개서 자체 충당 분산형전원이 대세
향후 15년 다룰 7차 전력수급계획에
제대로 반영하고 국민들 교육시켜라





쪼갤까 모을까를 느닷없이 물으니 엉뚱해보일 거다. 에너지를 만드는 시설 얘기다. 

수력이든 화력이든 원자력이든 기존의 발전소는 생활터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만들었다. 바닷가나 강가에서 생산한 뒤 송전시설을 통해 수요자들에게 보냈다. 거대한 전선탑이 이 시설이다. 대용량의 에너지를 생산한 뒤 여러 곳에 배분하는 건데 이를 집중형 전원이라고 한다. 

필요한 에너지를 인근에서 만들어 공급하는 방식도 있다. 대형 건물이나 아파트단지 또는 특정 지역 단위로 자가발전해 자체 수요를 충당한다. 100~500㎿의 소용량이다. 바로 옆에서 생산하니 송전설비 설치나 운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런 건 분산형 전원이라고 부른다. 

대한민국의 에너지 정책은 종래의 집중형 전원에서 분산형 전원으로 가는 세 가지 추진 방안을 갖고 있다. 세 가지란 자가발전 유도, 신재생에너지 보급, 열병합발전 확대다. 2014년 세운 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보면 아직 전체의 5% 정도에 그치는 분산형 전원 비중을 2035년까지 1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분산형 전원을 늘려야 하는 건 기술적인 차원도 있지만 사회경제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대규모 발전설비를 세우는 일은 어느 지역이라도 난관에 부닥친다. 발전시설을 세우고 나도 송전시설 건설에 같은 과정을 또 거친다. 지난해 떠들썩했던 밀양 송전탑 공사를 떠올리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근래엔 경기도 곤지암 일대도 송전탑 설치를 두고 시끄럽다. 해골 문양이 그려진 섬뜩한 플래카드가 곳곳에 내걸려 있다. 삼성전자가 평택에 지으려는 반도체단지 공사도 송전선 건설을 막는 안성과 평택 주민들 때문에 삽을 뜨기 무섭게 난관에 부닥쳤다. 

대형 발전시설에 환경 문제는 빠지지 않는 장벽이다. 환경 파괴라고 반대하는 데 어떤 명분으로도 넘기 쉽지 않다. 

이젠 정치적 요인까지 더해지고 있다. 8년에 걸쳐 주민의 95%에게서 찬성을 얻어낸 삼척 원전 건설은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시장이 당선되자 뒤집혀버렸다. 새로 실시한 주민투표에서는 95% 반대라는 전혀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 

에너지 공급을 위한 발전시설 건설은 이렇게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수요는 급증한다. 인구의 절반이 사는 수도권의 전력 수요는 올해 1130만㎾에서 2027년엔 2180만㎾로 늘어난다는 추산이다. 두 배에 가까운 증가이니 공급에 더 박차를 가하지 않을 수 없다. 대형 발전설비를 세우지 못하면 주변에 소형 설비라도 세워야 수급을 맞출 수 있다.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원자력발전소도 소형을 대안으로 삼는다. SMR(Small and Medium size Reactor)로 부르는 중소형 원자로다. 건설 과정은 물론 안전이나 사후 처리에서 대형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분산형 전원이라는 어려운 말을 단순화하면 개별 건물에 있는 비상용 발전기를 떠올리면 된다. 하지만 이를 위해 필수적인 에너지저장장치(ESS)는 발전사업법을 적용받아야 하니 가정에서는 불가능한 게 우리의 법 체계다. 제도나 규정에 상황 변화를 즉각 반영해줘야 하는데 따로 논다. 

일본은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에 집중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올해 20만가구, 내년 30만가구로 늘린 뒤 2020년까지 147만가구에 깔겠다는데 우린 너무 한가하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그해 우리의 9·15 정전 사태를 경험한 뒤 분산형 전원에 대한 관심은 급증했다. 그런데 행동과 여건 정비에서는 반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이젠 쪼개서 생산하고 각자 수요를 자체 충당하는것이 자연스러운 방향이다. 에너지 생산지와 소비지가 한곳에 모아져야 한다. 선택을 강요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 2015년부터 2029년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이런 방안이 얼마나 반영됐을지 궁금하다. 올 상반기 중 내놓아야 하는데 미진하다면 발표 시기를 늦춰서라도 다시 짜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에게 제대로 인식시켜야 한다. 지금도 늦었다. 서둘러야 한다. 

[윤경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