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정폭력 개입 허용 계기로 경찰像 다시 세우길(2012.4.30.)

joon mania 2015. 8. 11. 17:50
가정폭력 개입 허용 계기로 경찰像 다시 세우길(2012.4.30.)

 
현직 경찰청장의 사퇴를 부른 수원 20대 여성 피살사건 때 경찰은 현장에서 한 시간여 초인종만 누르다가 범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여성 피해자의 비명을 이웃이 들었다고 했지만 부부싸움일지 모른다는 판단에 주저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이웃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게 상대를 구타하는 배우자나, 아이들을 때리는 부모가 '남의 사생활에 끼어들지 말라'고 항변해도 문을 따고 들어가 조사할 수 있다. 다음달 2일부터 개정 시행되는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경찰이 현장에 들어가 조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이번 법 개정은 가정폭력을 사생활이라고 방관하다가 큰 사고로 이어지는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여성가족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이뤄졌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는 '인명ㆍ신체에 대한 위해가 절박한 때에 타인의 토지ㆍ건물 내에 출입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으나 일선에서 경찰은 이 조항을 적극 활용하지 않아온 게 사실이다. 
수원 사건 이후 여성단체들은 "경찰의 여성 폭력에 대한 낮은 인식이 불러온 일"이라며 경찰의 대응 태도를 비판했다. 경찰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도 가정폭력, 성폭력 등 개인의 기본적인 인권이 짓밟히는 범죄를 집안일이나 사생활로 치부하며 소홀히 여기는 인식과 자세를 바꿔야 할 것이다. 
이번에 가정폭력 신고 때는 문을 따고 들어가 폭력을 저지할 수 있게 허용했지만, 현장에서 가해자를 체포할 권한을 부여하지는 않았다. 미국에서는 가정폭력 때 경찰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격리시키고 영장없이 가해자를 그 자리에서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으니 우리도 의견을 더 수렴해보고 필요하다면 관련법을 추가로 개정할 만하다. 아울러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면 경찰이 피해자를 반드시 대면해 확인을 의무화하자는 여성단체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지금 땅에 떨어져 있다. 이번 가정폭력 현장 조사 허용을 계기로 경찰상을 확 바꿔놓기 바란다. 귀찮은 일처럼 슬렁슬렁 대하거나 규정에만 연연해하는 안이한 태도를 버리고,시민들의 치안을 책임진다는 소명의식으로 업무에 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