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산 개발 '초고층 빌딩의 저주' 안되려면(2012.5.4.)
joon mania
2015. 8. 11. 18:35
용산 개발 '초고층 빌딩의 저주' 안되려면(2012.5.4.)
서울 용산 지역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620m짜리 111층 빌딩이 들어선다고 한다. 용산역세권개발이 그저께 내놓은 용산국제업무지구 세부 조감도를 보면 연면적 330만㎡(100만평)에 코엑스 6배 크기만 한 지하 쇼핑몰과 호텔, 오피스 등 23개 초고층 빌딩이 2016년 말까지 세워진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과거 철도기지창 용지와 주변 땅에 복합타운을 조성하는 것으로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등이 시행사를 만들어 2007년부터 시작한 총사업비만 31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개발사업이다. 단지 내 민간 아파트까지 수용하려면 35조원가량으로 더 늘어난다. 이 계획이 실현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사업비 31조원 중 아직도 상당 부분을 조달해야 하는데, 용산역세권개발은 내년 상반기 착공 후 분양해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부 이미 계약을 체결한 것도 있으나 지속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 침체를 감안할 때 추가 분양이 잘 될지 의문이다. 특히 역대 최고 분양가가 매겨질 것으로 예상돼 국내 수요를 넘어 외국투자자를 끌어와야 할 것으로 보이니 결국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아시아 다른 국제도시와 경쟁해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 서부이촌동 한강변 대림과 성원 아파트 주민들은 개발 반대가 심한 데다 설사 합의를 이뤄 보상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3조원대로 추정되는 보상비를 어떻게 조달할지 시원한 답이 아직 없다. 우리는 현대 건축사에서 경험했던 초고층 빌딩의 저주를 떠올리며 이런 불운이 용산 개발에서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초고층 빌딩의 저주는 1999년 도이치뱅크 애널리스트인 앤드루 로렌스가 처음 주장한 표현으로, 몇 차례 경제위기가 공교롭게 모두 초고층 빌딩을 지은 뒤 발생했다는 것이다. 실제 162층 828m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부르즈 할리파를 완공한 뒤 두바이는 금융위기를 겪으며 어려움에 빠졌다. 전설 속 바벨탑은 제외하더라도 1930년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1997년 쿠알라룸푸르 페트로나스 타워 등도 대표적이다. 용산 개발은 계획대로 완성되면 세계 7대 불가사의라는 바빌론 공중정원이 한국에서 실현되는 꿈의 프로젝트다. 사업 주체 측은 초고층 빌딩의 저주를 극복하고 보란듯이 성공시키려면 확실한 재원 조달 방안을 국민 앞에 제시해 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