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멸시효 직전 美 금융사에 손배訴 낸 우리은행(2012.5.18.)
joon mania
2015. 8. 12. 10:02
소멸시효 직전 美 금융사에 손배訴 낸 우리은행(2012.5.18.)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2조원 가까운 손실을 본 우리은행이 판매사인 투자은행들에 손해배상 소송을 내겠다고 한다. 씨티은행과 BOA, RBS 등을 상대로 미국 뉴욕주 연방법원에 내는 소송인데 1차적으로 배상 요구 금액만 4000억원대에 달하니 결과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금융회사의 파생상품 투자 손실은 100년 전통의 금융회사를 하루 아침에 파산으로 몰아가거나 심지어 세계 경제를 흔들기도 했다. 최근에는 유수 투자은행 JP모건이 20억여 달러의 손실을 입으면서 담당 임원들이 줄줄이 사임하고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2005년부터 파생상품인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왑(CDS) 상품에 15억달러 정도를 투자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투자금 대부분을 손실 처리했다. 우리은행이 이제야 소송에 나서기로 한 것은 소멸 시효가 임박해 이달 안에 소송을 내지 않으면 법률적으로 배상을 받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전체 투자액 가운데 소멸 시효를 앞둔 4000억원가량을 대상으로 1차 소송을 먼저 내고 나머지 투자액에 대해서는 진행 상황을 봐가며 추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막대한 손실을 입고도 아직까지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가 막판에 움직인 것은 면피용 요식행위 같다는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다른 은행들의 투자액은 크지 않은데 유독 대주주가 정부인 우리은행만 무려 15억달러를 고위험 파생상품에 갑자기 몰빵 투자했던 의사 결정 과정은 석연치 않다. 2005~2008년 상품 투자를 결정했을 때 정점에 있던 당시 행장을 비롯한 관련자 40여 명이 사후에 직무정지나 면직 등 징계를 받았지만 책임을 제대로 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국제금융 파생상품 소송은 지난 1990년대 중반 미국기업 P&G가 BTC를 상대로 낸 사건 이후 판결까지 가지 않고 물밑 타협으로 마무리되는 게 통례다. 이번 우리은행 소송도 그렇게 결론이 날지 모르지만 그 규모나 상징성에서 한국의 금융회사들에 반면교사가 될 터이니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한국 로펌들의 지원도 충분히 이끌어 내야 한다. 소송 금액은 작지만 골드만삭스를 상대로 소송을 낸 흥국생명이나 모건스탠리에 손배소송을 낸 농협 등도 금융계 안팎에서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