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엑스포 찾은 외국 손님 땡볕에 세워둘건가(2012.5.30.)

joon mania 2015. 8. 12. 11:09
엑스포 찾은 외국 손님 땡볕에 세워둘건가(2012.5.30.)
 
세계를 향해 첨단 기술과 시스템을 자랑하겠다며 문을 연 여수엑스포가 조직위원회의 원칙 없는 운영 때문에 관람객들에게 외면을 당할 판이다.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자며 80개 전시관 중 아쿠아리움 등 8개 주요 관에 도입한 사전 예약제를 조직위가 즉흥적이고 경솔하게 폐지해 버렸기 때문이다. 사흘 연휴 중 첫날인 지난 27일 일찍 예약이 끝나 허탕을 친 이들이 '떼법' 항의에 나서자 조직위가 굴복한 것이다. 
후유증은 즉각 나타났다. 일부 전시관은 밀려드는 관람객 때문에 전시 프로그램을 축소했다. 최고 인기관인 아쿠아리움에서는 대기 시간만 7시간에 달해 관람객을 지치게 만들었다. 기다림과 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알려지면서 엑스포 현장을 가보려 했던 이들이 주춤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엑스포 조직위는 예약제를 폐지하는 대신 얼마나 대기해야 하는지 실시간으로 알리는 서비스를 하겠다고 한다. 아울러 80개 모든 전시관에 이 같은 대기시간 실시간 통보 서비스를 한다는 것이다. 조직위가 예약제를 폐기한 것은 원칙과 약속을 지키지 않은 행위다. 소수 목소리 큰 사람들의 떼법과 군중심리에 굴복해 흔들리는 바람에 결국 다수가 불이익을 받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소수가 30분 기다리면 될 것을 전체 다수가 3시간 기다리는 악화를 만들어냈다. 
엑스포는 8월 12일까지 열리므로 아직 초반 단계다. 조직위는 시스템을 보완해 예약제를 재시행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하루 수만 명이 몰리는 대중 시설에서 예약은 반드시 필요하다. 당초 도입했던 예약제는 인터넷 사전 예약 30%, 현장 키오스크(예약판매기) 70%로 배분돼 운영됐다. 인터넷 이용에 익숙지 않은 계층에 대해서는 접근상 애로를 보완하고 동시에 현장 예약 비율을 탄력적으로 할당해 조절하면 될 것이다. 
행사기간 석 달 동안 외국인 관람객 50만여 명을 유치하겠다는 게 주최 측 목표다. 예약제를 시행하지 않는다면 엑스포를 보러 여수까지 날아온 외국인들을 여름 땡볕에 줄 세워 기다리게 할 작정인가. 한국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한류 바람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이다. 예약이 가능해야 외국인 관람객이 여행 일정을 미리 잡을 수 있고, 결국 더 많이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