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정관리제 악용된다면 고치는 게 옳다(2012.10.4.)
joon mania
2015. 8. 13. 08:35
법정관리제 악용된다면 고치는 게 옳다(2012.10.4.)
웅진그룹의 법정관리 신청을 계기로 이 제도가 경영권 보호에 악용되거나 대주주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촉발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법정관리가 신청되면 모든 채권 채무가 동결돼 채권단이 알아서 하는 워크아웃에 비해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지적도 많다. 반면 거래대금을 받아야 하는 하도급업체나 회사채, CP(기업어음) 등에 투자해 갖고 있던 보유자가 너무나 큰 희생을 치러야 한다는 점은 문제다. 이번 웅진그룹의 경우 윤석금 회장의 부인과 계열사 임원들이 법정관리 신청 전에 주식을 미리 팔아 손실을 줄였거나 계열사에 차입금을 상환기일보다 앞당겨 미리 갚아 논란을 일으켰다. 현행 통합도산법에서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당시 경영진을 대부분 관리인으로 선임하고 있다. 미국의 도산법에서 쓰고 있는 관리인유지제도(DIP)를 원용한 것이었다. 2006년 통합도산법이 시행된 뒤 5년 동안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된 기업 142개 가운데 120개(84.5%)에서 기존 경영진이 관리인으로 선임됐을 정도다. 이 법 제정 이후 법정관리 신청은 2007년 116개, 2008년 366개, 2009년 669개, 2010년 630개 등으로 급증 추세이니 범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다보니 실패한 기존 경영진이 채무 경감으로 부담을 덜면서 경영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법정관리를 악용하는 것이다. 웅진의 경우도 지금 그런 지적을 받아도 발뺌하기 어려운 정황들이 있다. 기업회생을 위한 제도 가운데 법정관리는 워크아웃보다 기업을 옥죄는 강도가 훨신 높지만 정작 기업들은 더 선호한다. 경영 실패에도 불구하고 위법 사실이 없으면 오너나 경영진에 책임을 묻지 않고 경영권을 유지시켜주기 때문이니 도덕적 해이를 오히려 촉발한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경영 실패로 인한 손실은 협력업체나 채권단, 일반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금융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당장 웅진사태로 회사채, CP 시장이 부분적인 마비 현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웅진의 법정관리 신청 과정에 부당행위가 있었는지 점검하겠다고 했으나 원님 행차 뒤 나팔이다. 우리는 통합도산법 운용에 문제가 많다면 다시 형평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운용과정에서 악용되는 허점이 드러난다면 과감히 수술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