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년마다 '거짓공약 대통령' 만들지 않으려면(2013.1.16.)

joon mania 2015. 8. 17. 13:54
5년마다 '거짓공약 대통령' 만들지 않으려면(2013.1.16.)
 
진영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이 기획재정부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공약 실현에 필요한 134조5000억원의 재원마련 세부 방안을 짜 오라고 기재부에 주문했다. 새누리당에선 선거 당시 세출 구조조정(71조원), 복지행정개혁(10조6000억원), 세제 개편(48조원), 지하경제 양성화(5조원) 등으로 공약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인수위에 대한 부처별 보고 과정에서 공약에 필요한 재원이 훨씬 더 많이 든다는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어 당장 지킬 수 없는 공약이 속출하게 생겼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씩 주겠다는 기초연금 도입 공약에 5년간 14조6672억원이 들어갈 것이라는 당선인 측 계산과 달리 보건복지부는 당장 시행 첫해인 내년에만 7조~9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암ㆍ심장 등 4대 중증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률을 75%에서 100%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데도 당선인 측 1조6000억원과 달리 최소 2조~2조8000억원이 매년 든다는 계산이다. 
급기야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대형 공약에 대해서는 출구전략도 같이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선인이 취임하기도 전에 약속을 뒤집는다면 이는 신뢰에 관한 문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말 18대 대선이 끝난 뒤 뒤늦게 주요 후보 공약 실현에 필요한 소요 예산과 실행 가능성을 사전에 평가해 유권자에게 공개하는 선거공약 사전검증 장치를 제도화하겠다고 나섰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4ㆍ11 총선 당시 정치권 복지공약을 다 이행하려면 5년간 최대 340조원이 들어 재정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당시에는 선거법 위반이라고 제동을 걸어놓고 선거 치르고 나서 이런 방안을 내놓았으니 한심한 뒷북치기다. 
국회 차원에서 검증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선거 전에 정당별ㆍ후보별 공약 검증 장치를 만들어 미리 걸러냄으로써 선거 뒤 후회를 막자는 취지다. 사전 검증장치를 제도화하지 못하는 한 재원 장벽 때문에 선거 후 공약을 뒤집는 '거짓말 대통령'을 5년마다 되풀이할 수밖에 없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