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내각ㆍ언론 반기문총장 비난할 자격있나(2013.8.30.)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일본 정치 지도자들에게 올바른 역사인식을 촉구한 데 대해 아베 내각 각료들이 반박하더니 이제는 우익 성향 언론까지 가세해 비판하고 나섰다. 반 총장이 지난 26일 회견에서 일본이 평화헌법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일본 정부 지도자들에게 깊은 성찰과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한 반박이다. 각료 중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의문을 느낀다"고 불쾌감을 표했다. 신도 요시타카 총무상은 "유엔 사무총장은 가장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맞받았다. 요미우리신문은 사설을 통해 "중립성과 공평성이 요구되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귀를 의심케 하는 일방적이고 문제 있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또 "사무총장 회견은 유엔 공용어인 영어나 프랑스어로 하는 것이 통례인데 대부분 한국어로 이루어졌다"고 트집을 잡았다. 산케이신문도 사설에서 "한국과 중국 편을 드는 것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특히 일본 헌법 개정 문제에 대한 비판적인 언급은 내정 간섭에 가까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신문은 언론으로서 정도(正道)를 지키고자 한다면 아베 정권이 제국주의 침략을 부정하고, 군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인하는 뻔뻔한 태도부터 언급해야 할 것이다. 이웃 나라 한국과 중국에 식민지 지배를 통해 양민 학살까지 자행했던 과거 잘못에 대한 인정과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과연 진정한 선린과 우호협력이 가능하겠느냐고 지적하는 게 맞다. 이는 민족이나 국적을 떠나 인류 공통 가치인 인간 존엄성에 관한 문제다. 일본 정부와 우익 언론은 20세기 이래 오늘날까지 변하지 않는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반 총장 발언이 역사인식에서 기본을 망각하고 있는 아베 정권에 당장 듣기 거슬리더라도 도움이 되는 고언(苦言)임을 왜 모르는가. 반 총장이 한국인이기 때문에 꺼낸 대일 비판이라는 식으로 받아들인다면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고립은 더 가속될 것이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일본에 침략 역사를 반성하라고 촉구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공통된 목소리"라고 말했다. 국제사회가 갖고 있는 일본에 대한 염려를 반 총장이 대신 전해준 것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