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이산가족 상봉 애초 진정성 없었던건가(2013.9.23.)

joon mania 2015. 8. 20. 18:13
 北, 이산가족 상봉 애초 진정성 없었던건가(2013.9.23.)

북한이 추석 연휴 중 조국평화통일위원회 특별담화를 통해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을 연기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남북 이산가족 196명이 25일부터 30일까지 금강산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나흘을 앞두고 뒤엎었으니 어처구니없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이산가족 상봉으로 이어지는 남북 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6자회담 재개까지 가려는 기대는 일장춘몽이 되고 말았다. 언제 어떻게 바뀔지 도대체 신뢰할 수 없는, 인륜과 외화벌이를 맞바꾸려는 북측의 비열함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조평통은 "최근 남북 관계 성과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결과'니 '원칙 있는 대북정책'의 결실이라고 떠들고 금강산 관광에 '돈줄' 등을 언급하며 중상했다"고 생떼를 부렸다. 또 이석기 사태와 관련해 "내란음모 사건을 연결시켜 마녀사냥극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 재개 협상이 자기들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한 불만 표시라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에 앞선 금강산 관광 실무회담 개최를 요구했지만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이후를 고수해 다음달 2일에 실무회담을 열자고 제의해 놓고 있었다. 2000년 이후 18차례 동안 상봉 기회를 가진 이산가족은 1만8000명에 그친다. 대한적십자사에 등록된 상봉 신청자는 12만9035명인데 이 중 44%는 이미 사망했다. 생존자는 7만2491명으로 이 중 49%가 80세 이상이고 매년 4000여 명씩 세상을 떠 20여 년 후면 이산 1세대는 사라질 전망이다. 이런 정황에다 인도적 차원을 고려하면 이산가족 상봉은 양측 정치ㆍ군사 문제에 좌우되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별도로 정례화하는 게 맞다. 대면 상봉 외에 영상 상봉도 필요하다. 북한은 이번 성명에서 이산가족 상봉 연기라고 표현해 상황에 따라 재개될 수 있음을 열어뒀다. 2000년 12월과 2001년 10월 예정됐던 상봉행사는 각각 북측 요구로 연기됐다가 2개월과 6개월 뒤 열린 바 있다. 하지만 북측의 일방적 연기 통보에다 금강산 상봉자 숙소를 둘러싼 억지를 감안해보면 과연 이산가족 상봉에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개성공단 봉쇄 때 잃었던 게 무엇이었는지 다시 돌아보고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더 이상 억지를 부리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