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원대 환율 각오하고 경영계획 짤 때다(2014.7.3.)
달러당 원화값이 어제 1009.20원으로 2008년 7월 29일 1008.80원(종가 기준) 이후 6년 만에 1010원 아래로 내려갔다. 어제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설이 퍼지면서 채권 가격이 급등했으니 원화 약세가 나타났어야 했다. 그럼에도 1010원대가 깨진 것은 거액의 외국인 직접투자자금(FDI)이 입금된 영향이었다. 외환당국이 장중 구두 개입까지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올해 외국인 순매수 금액이 3조원을 돌파하고 외환보유액이 3609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다. 경상수지 흑자행진, 증시로 투자금 유입 등 넘치는 달러 공급 추세가 단기에 꺾이지 않을 것이므로 조만간 환율 세 자릿수 진입은 각오해야 할지 모른다. 원화값 강세에도 불구하고 어제 코스피는 0.81%(16.28포인트) 올랐다. 미국 다우지수 최고치 기록, 중국 제조업지수(PMI) 오름세 등 영향이다. 이렇듯 각종 경제지표들이 엇나가는 이상한 현상이 이어진다. 100엔당 원화값도 지난달 초 1000원 선 아래로 떨어진 이래 세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수출시장에서 일본 기업들과 경쟁을 벌이는 기업들에는 갈수록 힘든 여건이 이어진다. 우리 경제에서 수출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57%에 달하는데 원화값 강세가 수출마저 주저앉힌다면 큰일이다. 특히 국외 생산 비중을 늘리고 결제 통화를 다양화해 버틸 수 있는 대기업과 달리 수출 중소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어 심각하다. 수출 분야 악재를 감안하면 환율은 당분간 현수준에서 머물러도 버거운 상황이다. 원화값 강세는 내수 진작 효과도 있어 수출과 내수 균형 차원에서 정부가 원고(高)에 일방적인 방어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환율 변동 속도와 폭을 감내할 범위 내에서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원화값 강세가 경제 전반에 주는 파장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기업은 수출채산성을 높이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달러당 세 자릿수 원화값 시대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대세로 받아들이고 미리 대비하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