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응원단 제안, 관계개선 진정성부터 보여라(2014.7.8.)
북한이 어제 오는 9월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에 응원단을 파견하겠다고 전격 발표했고, 우리 정부가 수용 입장을 밝혔다. 남한에서 열리는 국제스포츠대회에 북한이 응원단을 파견하기는 2005년 9월 인천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이후 9년 만이다. 이때 100명의 대학생 응원단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가 포함돼 있었다. 그에 앞서는 2002년 9월 부산아시안게임과 2003년 8월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에도 각각 보낸 바 있다. 북한은 지난 5월 23일 인천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파견한다고 발표했는데 어제 '공화국 정부 성명'이라는 최고 수준의 입장 표명 형식을 취하면서까지 응원단 파견을 추가로 내놓았으니 이례적이다. 아울러 김일성 주석이 사망 직전 서명했다는 통일문건 작성 20주년을 맞아 발표한다며 남한의 대북 정책 전환 등을 촉구하는 4개항을 함께 꺼냈다. 외형상 남북 간 비방ㆍ중상 종식이나 화해와 단합의 길로 가자는 내용이지만 우리 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비합리적인 주장으로 채워져 있다. 지난달 30일 국방위원회 명의로 남북 간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 등을 특별 제안한 데 이어 이날 정부 성명까지 내놓았지만 이제 웬만해선 북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기 어렵다. 며칠 전엔 김정은이 직접 "서남전선 해역이 적들의 위협을 받고 있어 이를 엄중시하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고 말해놓고 다른 쪽으로는 적대와 대결을 끝내자며 양면 전술을 펼치니 어떻게 믿나. 전례를 보면 응원단 파견 땐 해당 조직위원회 측과 실무협의를 했으니 이번에도 사전 만남이 필수적이다. 조직위에서 나서야 하는 만큼 어디까지나 민간 차원의 제한적인 접촉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번 아시안게임 선수단과 응원단 파견을 냉각된 남북 관계 진전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삼아보려는 시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진정성 있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대결이 아니라 화해로 가려면 먼저 신뢰부터 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