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필동정담] FTA협상노트(2016.1.22.)

joon mania 2016. 1. 21. 17:21
[필동정담] FTA협상노트 (2016.1.22.)

         

게리 그레이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네고시에이터`라는 작품은 재미있는 상황을 설정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시카고 경찰에서 인질범 전문 협상가로 명성을 날리던 경관 대니 로만(새뮤얼 잭슨 역)이 함정에 빠져 동료를 살해한 용의자로 몰린다.

주인공은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경찰서 내사과로 침입해 자신을 범인으로 내몬 내사과장과 비서 등을 인질로 잡는다. 스스로 인질범이 된 후 자신만큼 유명했던 협상 전문가 크리스 새비언(케빈 스페이시 역)을 데려오라고 요구한다. 두 프로 간의 줄다리기를 통해 감춰졌던 경찰 내부의 치부가 드러나도록 끌고가면서 주인공은 누명을 벗고 통쾌하게 복수를 한다.

협상가들 동네엔 이런 말이 있다. `내것은 내 몫이고 당신 것은 교섭 대상이다….` 양측의 밀고 당기기 속에는 각자 원하는 최적의 성과를 얻어내려는 수 싸움이 담겨 있다. 상대의 마음을 읽으면서 두 수, 세 수 앞을 내다보고 대비할 혜안을 지녀야 한다.

외교부에서 자유무역협정(FTA) 교섭대표와 주제네바 대사를 지낸 최석영 대사가 현직에 있을 때 기록했던 비망록을 모아 `FTA협상노트`라는 이름의 책을 펴냈다. 한·미, 한·EU FTA 협정을 끌어낼 때까지의 세부 협상 과정을 생생하게 그렸다. 중단된 한·일 FTA나 후임자에게 넘기기 전까지의 한·중 FTA 협상도 담겼다.

그는 `협상에 왕도는 없다`고 단언했다. 타협이나 기선 제압,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 취하기 같은 협상 전술은 기본이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교과서대로 짜맞춰지지 않는 것이 협상 현장이기 때문이다.

최 대사는 단지 지나간 일에 대한 소회를 풀어내는 데 머물지 않는다. 메가 FTA로 대세 흐름이 가는 상황에서 자신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싶었을 게다.

통상교섭본부를 외교부에서 떼어내 산업자원부로 이관하고 3년을 넘기면서 파견됐던 외교관들은 전원 복귀시켰다. 이젠 준비되고 훈련받은 협상가를 알아서 키워야 한다. 국내에도 1995년 출범한 협상학회라는 관련 분야 연구자들의 모임이 있다. 학문적으로 다양하게 연구하고, 통상교섭 같은 일선 현장에서 탄탄한 경험을 쌓아야 명실상부한 협상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다. 최 대사 같은 관록의 전문가들이 남기는 제2, 제3의 협상 비망록도 더 나와야 한다.

[윤경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