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필동정담] 레임덕 세션 (2016.4.27.)
joon mania
2016. 4. 28. 09:52
[필동정담] 레임덕 세션 (2016.4.27.) 레임덕(lame duck)이라는 영어 표현은 힘 빠진 선출직 정치인을 절름발이처럼 뒤뚱거리는 오리에 빗댄 말이다. 원래는 18세기 런던증권거래소에서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져버린 중개인을 일컫는 은어였다. 그런데 19세기 중반 미국 의회에서 갖다 쓰면서 대중에게 퍼졌다. 대통령,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등이 재선에서 떨어지거나 재출마를 안 해 잔여 임기에 생기는 권력 약화 현상이다. 미국 의회에서는 이를 원용해 선거 이후 새 의회가 공식 출범하기 전까지 소집되는 현 의회 마지막 회기를 레임덕 세션(session)이라고 부른다. 11월 중순부터 12월 크리스마스 휴가 시작 전까지 열린다. 낙선자들에겐 마지막 의정활동이니 유권자 뜻에 반하는 결정이나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법안을 밀어붙이기도 한다. 반면 당론의 압박이나 자신의 지역 민원, 지지해주는 단체의 요구나 로비 등에 구애받지 않고 소신 있게 법안을 처리하는 기회로도 삼는다. 정부 쪽도 정식 회기 때 처리하지 못한 법안을 이 기간을 활용해 성사시키기도 한다. 2010년 12월 레임덕 세션 때 미국 민주당은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는 마지막 기회를 살려 중요한 성과를 이뤄낸 적이 있다. 감세연장 법안, 커밍아웃 동성애자 군복무금지법 폐기안, 전략무기감축협정 비준안 등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가장 많은 법안을 이때 처리했으니 역설적이다. 지난 21일부터 19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가 시작됐지만 대부분 상임위원회가 공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별위원회를 뺀 15개 상임위의 위원장과 여야 간사 45명 가운데 18명이 고배를 마셔 위원회를 가동할 동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의 경우 위원장과 여야 간사 모두 떨어졌다. 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같이 생존한 건 운영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뿐이다. 개별 상임위가 가동되지 않으면 법사위로 이미 넘어가 있는 무쟁점 법안만 처리할 수밖에 없다. 국회의사록을 보면 11대부터 16대 국회까지는 총선 후 레임덕 세션이 열리지 않았다. 17대 때는 막판에 83개 법안을 처리했다. 임기 만료 일주일 전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까지 상정해 처리하려다 부결되기도 했다. 18대엔 190개 법안을 통과시켰으니 이전에 비해 한 발 더 나갔다.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고 욕먹지만 마지막 레임덕 세션에 의미 있는 법안 몇 개라도 꼭 처리했으면 한다. [윤경호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