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컬럼

[매경포럼] 부천시 행정개혁에 주목하는 이유(2016.7.7.)

joon mania 2016. 7. 6. 17:30

[매경포럼] 부천시 행정개혁에 주목하는 이유(2016.7.7.)


구시군 위에 광역 현 체계 비효율 커
창원,청주처럼 지역간 통합 늘리고
행정구역 단위 하나로 축소 바람직
28년 된 구 없애고 시-동으로 개편한
김만수 시장의 시도 큰 씨앗 될 것


"시민 여러분께 질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해드리기 위함입니다"
 산하 3개 구를 폐지하는 행정체계 개편 시행에 들어간 지난 4일 김만수 부천시장은 온라인사이트 시정메모에 이렇게 올렸다.
부천의 행정혁명은 시-구-동 3단계를 시-동으로 단축하는 내용이다.28년간 유지해온 구를 폐지해버렸다.중복 기능을 덜어내고 일선에 더 많은 공무원을 둬 생활과 관련한 행정서비스를 신속하게 전달하겠다는 것이다.구청 대신 행정복지센터를 만들어 간단한 인허가와 대민서비스를 제공한다.구청으로 썼던 청사는 도서관과 문화시설 그리고 청년창업과 벤처기업 지원용 스타트업센터로 활용한다.구 청사를 다른 용도로 쓰면서 매년 소요된 40억원의 유지운영비 절감을 포함해 한해 3000억원의 경제효과를 낼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부천시의 사례를 장황하게 거론한건 다른 자치단체로 번졌으면 하는 '나비효과'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행정구역 개편과 관련해서는 공개되지 않은 비사(秘史)가 하나 있다.전두환 전 대통령의 5공 때 내무부장관(지금의 행정자치부)을 지냈던 거물 정치인으로부터 직접 들은 얘기다.
쿠데타로 정권을 쥔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 전국의 행정구역을 뒤집어 엎는 파격적인 작업을 은밀히 진행했다.시군구와 도를 없애고 대신 미국의 카운티와 유사한 새로운 행정단위로 전국을 50개 권역으로 나누는 내용이었다.생활권역 중심으로 3~4개의 시군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다.경상도와 전라도로 나뉘었던 경계가 사라지고 하나로 어우러진다.중앙정부 아래에 하나의 행정단위만 있고 그 밑에 동 형태의 집행 창구만 둔다.
새 행정단위별로 인구수에 비례해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고 이와 별도로 50개 권역에 각각 2명씩의 상원의원을 두는 정치체제 개편도 도모했다.미국식의 상하원 구조인 셈이다.
하지만 개편작업은 갑자기 중단됐다.기존 행정구역을 뒤집는 엄청난 변화에 불안을 느낀 당시 내무관료 출신들이 실세들을 집요하게 설득해 전 대통령의 마음을 바꾸도록 만들어버렸다.행정구역 개편은 전국의 내무부 산하 공무원들의 동요를 가져올것이고 정권 초기 이들의 뒷받침이 절실한데 적절한 시점이 아니라는 논리였다.결국 개편작업은 뚜껑도 열지 못한채 미뤄졌고 이후 영원히 덮혀버렸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행정구역 개편 작업이 다시 힘을 얻었다.2009년 8월 당시 행정안전부가 강력한 지원계획을 내놓으며 자치단체 자율통합을 유도했다.그해 9월 통합건의서를 낸 지역은 18곳에 달했다.경기도에서는 남양주-구리, 안양-의왕-군포-과천, 의정부-양주-동두천, 성남-하남-광주, 수원-화성-오산, 여주-이천, 안산-시흥 7곳이었다.충청권은 청주-청원, 괴산-증평, 천안-아산, 홍성-예산, 부여-공주 등 5곳.호남권은 전주-완주,여수-순천-광양-구례,목포-무안-신안 등 3곳.영남권에서는 창원-마산-진해-함안, 구미-군위, 진주-산청 등 3곳이었다.
이 가운데 실제 통합까지 성공한건 마산-진해-창원과 청주-청원 딱 두곳에 불과하다.전주-완주는 주민투표까지 실시했지만 부결돼 무산됐다.나머지 지역에서는 엇갈리는 이해관계와 주도권 싸움 때문에 논쟁만 뜨거울 뿐 주민투표에도 가지 못한채 답보상태다.
5공 시절에야 대통령의 결심만으로도 얼마든지 밀어부칠수 있었을테니 아쉬움이 크다.1995년 지방자치제도 부활후 이젠 해당 지자체뿐 아니라 지방의회라는 장벽도 넘어야한다.지역통합이 주민투표까지 가기도 전에 지방의회에서 좌초된 사례가 부지기수다.
부천시의 구 폐지는 산하에 아직 구를 두고 있는 용인,성남,안양,고양 등에 부담을 줄 것이다.작아 보이지만 의미있는 부천시의 이런 시도가 행정개혁의 큰 씨앗이 될 것으로 믿는다.
현재의 기초-광역 자치단체와 시군-도 의회를 각각 두는 옥상옥 구조는 지방자치를 발전시키기는 커녕 되레 퇴보시키고 있다.창원과 청주처럼 주민의 동의를 얻어야 갈수 있는 길이지만 멀더라도 한걸음씩 내디뎌야한다.시군구 통폐합을 통한 행정구역 개편은 아무리 험난해도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