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필동정담] 독립, 광복 그리고 건국 (2016.8.16.)

joon mania 2016. 8. 16. 08:40
[필동정담] 독립, 광복 그리고 건국 (2016.8.16.)
         

근대 이후 국민국가를 세운 나라들은 내세울 만한 기념일을 국경일로 지정해 축제의 날로 삼는다. 요란한 불꽃놀이와 퍼레이드를 벌이는 미국의 7월 4일 독립기념일이 대표적이다. 1776년 13개주 대표들이 영국의 식민지배에 항거해 독립선언을 한 날인데 실제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인정받은 건 1783년 9월 3일이었지만 1938년 이후 7월 4일을 국경일로 삼고 있다.

우리도 처음엔 일본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된 8월 15일을 독립기념일로 제정했다. 1949년 5월 국무회의에서였다. 그런데 그해 10월 1일 공포된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서 광복절로 명칭을 수정했다. 미 군정은 1945년 10월 일제 때의 경축일을 폐지하고 새로 축제일을 제정했지만 8·15를 독립기념일로 부르지 않았다. 광복 후 4년 만에 겨우 독립기념일을 명명했다가 광복절로 바뀌었고, 1973년 제정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4대 국경일인 광복절로 굳어졌다.

해방(liberation)은 식민지배로부터 벗어났다는 의미다. 광복(restoration)은 주권 회복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산하 광복군에서 익숙해진 표현이었다. 해방이든 광복이든 지배하던 남의 나라 손아귀에서 벗어난 것이니 논쟁할 필요 없는 독립(independence)인데 우리의 투쟁으로 얻은 결과가 아니라 연합국에 일본이 항복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주어진 것이라 아쉽고 떳떳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광복 70주년이자 건국 67주년을 맞는 날`이라고 언급한 후 뉴라이트 진영에서 이승만 정부수립일을 건국일로 정하자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분분하다. 박 대통령은 올해에도 같은 표현을 반복했다. 건국일을 주장하는 쪽은 국가 구성 요소인 국토, 국민, 주권을 모두 갖춰 정부를 출범시킨 1948년 8월 15일이 대한민국의 진정한 생일이라고 한다. 광복군 출신 독립유공자 김영관 옹은 지난 12일 청와대 오찬 때 건국절 제정 주장은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과 대한민국 건국 선포를 무시한 역사를 왜곡하는 처사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국조 단군의 건국을 기린 개천절을 1949년부터 음력에서 양력으로 바꿔가며 민족국가 탄생일로 내내 경축해놓고 이제와서 건국절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윤경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