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이야기
그림 한점이 3억달러? (2016.02.20.)
joon mania
2016. 9. 22. 18:24
그림 한점이 3억달러? (2016.02.20.)
[통계이야기-46] 매년 5월이면 미국 뉴욕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에서 새로운 기록이 출현하는지에 전 세계 이목이 쏠린다. 미술품 경매가격 신기록 탄생 여부 때문이다. 2015년 5월 20세기 미술 거장 파블로 피카소 유화 작품 '알제의 여인들(Les Femmes d'Alger)'이 미술품 경매 역대 최고가에 낙찰됐다. 낙찰가는 1억7940만달러로 경매회사에 주는 수수료 12%를 포함한 가격이다. 최초 추정가는 1억4000만달러였는데 경쟁적인 입찰 덕분에 이 정도까지 뛰었다. 이 작품은 원래 1997년 11월 크리스티 경매에 추정가 1000만달러(실제 경매가 3000만달러)로 나왔으니 19년 만에 추정가 기준으로만 14배 뛴 셈이다.
1955년 작품인 '알제의 여인들'은 피카소가 프랑스 낭만주의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1798~1863)의 동명 작품을 재해석해 그린 15개 연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알제의 여인들'이 기록을 깨기 전 기존 최고가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루치안 프로이트의 초상 습작 삼부작'이었다. 이 작품은 2013년 11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424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문회사를 통한 미술품 경매는 화상이나 골동품상을 통한 개별 거래와 달리 이렇게 대중의 큰 관심을 끄는 장점이 있다. 원래 17세기 이래 유럽에서 일반인의 수요와 작품을 연결할 목적으로 시작된 매매 행위였다.
유명한 경매회사는 소더비와 크리스티를 꼽는다. 소더비는 1744년 영국 런던에서 서적 경매로 출발했다. 미술품 경매는 그보다 20년 후 설립된 크리스티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두 회사는 전 세계 미술품 경매에서 90% 이상을 차지한다. 경매회사는 중개에 따른 수수료만 받을 뿐 경매 참여자 신원이나 낙찰자 개인 신분을 철저하게 보장한다. 경매에 나온 작품은 최소한 위작(僞作)이나 모작(模作)이 아니라는 신뢰를 갖기 때문에 구매를 원하는 이들에게 선호를 받는다.
경매가 공개적인 반면 개인 간 거래는 알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실제 더 비싼 미술품을 경매 이외 방법으로 사고판다.
아예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중개인들이나 미술품 거래상끼리 아는 개인 간 거래로 현재까지 최고가는 폴 고갱 유화 작품 '언제 결혼하니'다. 고갱이 타히티섬으로 간 뒤 현지 여인들 모습을 그린 작품 중 하나인데 바젤 미술관이 50여 년간 임차해 전시하다 2015년 3억달러에 팔렸다. 누가 샀는지는 밝히지 않은 채 스위스 유명 중개상 루돌프 슈테린이 중개했다고만 알려져 있다.
▲ 폴 고갱作 '언제 결혼하니?'/매경DB 개인 간 거래로 두 번째로 높은 값은 폴 세잔 작품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이다. 그리스 선박왕 게오르게 엠비리코스가 소장하던 작품이었는데 평소 외부에 보여주는 것도 꺼렸다고 한다. 그러던 그가 죽기 직전인 2011년 갑자기 그림을 팔겠다고 내놓았으니 놀라운 일이었다. 거래가를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았지만 2억5000만~3억달러로 알려져 있다.
개인 간 거래로 세 번째 고가는 피카소 작품 '꿈'이다. '꿈'을 둘러싼 극적인 뒷얘기는 미술평론가 이규현의 책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00'에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라스베이거스 카지노호텔 갑부 스티브 윈은 이 작품을 2001년 6000만달러에 사들여 보관하고 있었다. 그런데 2006년 뉴욕 헤지펀드 오너이자 유명 컬렉터인 스티븐 코언에게 1억3900만달러에 팔겠다고 발표하는 자리에서 윈은 마지막으로 그림을 보여준다며 흥분한 나머지 팔꿈치로 이 그림을 쳐 구멍을 뚫어놓는 엄청난 사고를 쳤다. 이로 인해 거래는 취소됐는데 7년 후인 2013년 3월 미국 언론을 통해 이 그림이 원래 사기로 한 코언에게 1억5500만달러에 팔렸다고 보도됐다. 미술계에서는 두 번 놀랄 일이었다.
미술평론가 이규현 씨가 조사한 내용을 보면 미술품 거래 최고가 100위 안에 드는 작품을 불과 작가 35명이 독점하고 있다. 피카소가 15점으로 가장 많고 앤디 워홀 10점, 베이컨 9점, 빈센트 반 고흐 7점, 마크 로스코 6점 등이다. 이 밖에 세잔, 구스타프 클림트, 잭슨 폴록, 클로드 모네, 앙리 마티스 등이 뒤를 잇는다.
우리나라에서 거래된 국내 작가 미술품 가운데 최고가는 김환기 화백 추상 작품인 '19-Ⅶ-71#209'라는 점화다. 이 작품은 2015년 47억2100만원에 팔렸다. 두 번째는 박수근 화백 작품 '빨래터'로 2007년 45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한국에서도 미술품 경매가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015년 국내 9개 경매회사를 통한 거래 규모는 1880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성장했다.
[윤경호 논설위원]
'알제의 여인들'이 기록을 깨기 전 기존 최고가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루치안 프로이트의 초상 습작 삼부작'이었다. 이 작품은 2013년 11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424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문회사를 통한 미술품 경매는 화상이나 골동품상을 통한 개별 거래와 달리 이렇게 대중의 큰 관심을 끄는 장점이 있다. 원래 17세기 이래 유럽에서 일반인의 수요와 작품을 연결할 목적으로 시작된 매매 행위였다.
유명한 경매회사는 소더비와 크리스티를 꼽는다. 소더비는 1744년 영국 런던에서 서적 경매로 출발했다. 미술품 경매는 그보다 20년 후 설립된 크리스티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두 회사는 전 세계 미술품 경매에서 90% 이상을 차지한다. 경매회사는 중개에 따른 수수료만 받을 뿐 경매 참여자 신원이나 낙찰자 개인 신분을 철저하게 보장한다. 경매에 나온 작품은 최소한 위작(僞作)이나 모작(模作)이 아니라는 신뢰를 갖기 때문에 구매를 원하는 이들에게 선호를 받는다.
경매가 공개적인 반면 개인 간 거래는 알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실제 더 비싼 미술품을 경매 이외 방법으로 사고판다.
아예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중개인들이나 미술품 거래상끼리 아는 개인 간 거래로 현재까지 최고가는 폴 고갱 유화 작품 '언제 결혼하니'다. 고갱이 타히티섬으로 간 뒤 현지 여인들 모습을 그린 작품 중 하나인데 바젤 미술관이 50여 년간 임차해 전시하다 2015년 3억달러에 팔렸다. 누가 샀는지는 밝히지 않은 채 스위스 유명 중개상 루돌프 슈테린이 중개했다고만 알려져 있다.

개인 간 거래로 세 번째 고가는 피카소 작품 '꿈'이다. '꿈'을 둘러싼 극적인 뒷얘기는 미술평론가 이규현의 책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00'에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라스베이거스 카지노호텔 갑부 스티브 윈은 이 작품을 2001년 6000만달러에 사들여 보관하고 있었다. 그런데 2006년 뉴욕 헤지펀드 오너이자 유명 컬렉터인 스티븐 코언에게 1억3900만달러에 팔겠다고 발표하는 자리에서 윈은 마지막으로 그림을 보여준다며 흥분한 나머지 팔꿈치로 이 그림을 쳐 구멍을 뚫어놓는 엄청난 사고를 쳤다. 이로 인해 거래는 취소됐는데 7년 후인 2013년 3월 미국 언론을 통해 이 그림이 원래 사기로 한 코언에게 1억5500만달러에 팔렸다고 보도됐다. 미술계에서는 두 번 놀랄 일이었다.
미술평론가 이규현 씨가 조사한 내용을 보면 미술품 거래 최고가 100위 안에 드는 작품을 불과 작가 35명이 독점하고 있다. 피카소가 15점으로 가장 많고 앤디 워홀 10점, 베이컨 9점, 빈센트 반 고흐 7점, 마크 로스코 6점 등이다. 이 밖에 세잔, 구스타프 클림트, 잭슨 폴록, 클로드 모네, 앙리 마티스 등이 뒤를 잇는다.
우리나라에서 거래된 국내 작가 미술품 가운데 최고가는 김환기 화백 추상 작품인 '19-Ⅶ-71#209'라는 점화다. 이 작품은 2015년 47억2100만원에 팔렸다. 두 번째는 박수근 화백 작품 '빨래터'로 2007년 45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한국에서도 미술품 경매가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015년 국내 9개 경매회사를 통한 거래 규모는 1880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성장했다.
[윤경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