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컬럼
[매경포럼] 次惡이라도 택할 수밖에(2017.2.22.)
joon mania
2017. 2. 22. 18:07
[매경포럼] 次惡이라도 택할 수밖에 (2017.2.22.) |
선거에선 최선 후보 골라야 하지만 최악 피하기 위한 선택할 때도 있다 비호감 내세워 아예 정치 외면하면 저질 인간에 지배 받는 대가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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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3월 13일 전 결론을 낼 듯하다. 최종변론 등 일정을 보면 그리 읽힌다. 각당 주자들 행보에선 조기 대선이 기정사실이다. 아직도 박 대통령을 보호하며 태극기 집회 편에 서 있는 자유한국당마저 대선을 준비하는 걸 보면 대세는 정해졌다. 예기치 않게 앞당겨 치러지지만 대한민국호를 끌고 갈 지도자를 뽑을 선거인데 답답한 얘기를 하려니 민망하다. 그래도 해야 한다. 이른바 차악 선택론이다. 보수든 진보든 선호하는 후보가 정해져 있는 유권자에겐 해당되지 않는 얘기다. 아직 누구에게 표를 던질지 망설이고 있는 중도파에게 드리는 말씀이다.
차악 선택론은 미국의 프로테스탄트 신학자이자 정치사상가 라인홀드 니버에게서 나온 이론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최악보다는 차악이 비록 바람직하지는 않아도 바른 선택이라는 것이다. 유명한 저서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를 통해서다. 정치적 선택에선 누구나 악보다는 선을 좇는 게 당연하다. 선 가운데도 가장 윗단계의 최선을 찾아내야 한다. 최선 아니면 차선을 모색하는 게 다음 선택이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선은 없고 악만 있는 경우엔 최악을 피해 차악이라도 택하라는 것이다. 대의제 민주주의 제도에서 중요한 의사 표현 수단인 선거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난해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이런 차악 선택론이 퍼졌다.
부친에게 물려받은 재산으로 부동산 사업을 해 억만장자가 된 도널드 트럼프. 퍼스트레이디,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거치며 화려한 이력과 완벽한 조건을 갖춘 힐러리 클린턴. 금수저를 입에 문 아웃사이더와 금테를 머리에 두른 기득권의 상징 간 대결이었다. 절대적 지지층만 환호할 뿐 중도파들은 외면했고 그들만의 잔치를 벌였다. 남편 빌 클린턴의 아칸소 주지사 당선부터 따지면 40여 년을 권력 주변에 있어온 힐러리에겐 너무 오래 해먹었다는 질시가 거셌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발언과 행동을 서슴지 않았던 트럼프에게 이성을 가진 이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사람 모두 역대 대선 후보 가운데 유례없이 높은 비호감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불명예만 얻었다.
벅찬 가슴을 안고 치르기를 기대했던 우리의 대선에서도 차악 선택론을 거론해야 할 것 같다.
30%를 웃도는 지지율로 선두를 지키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는 심각하다. 여론조사마다 절대 지지층에 맞먹는 절대 반대층 수치가 그를 계속 따라다닌다. 대선 출마 의사도 밝히지 않았는데 보수층의 대안으로 대접받으며 15%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보이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비토 여론은 훨씬 높게 나타난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의 조사를 보면 황 대행에겐 32.5%가, 문 전 대표에겐 21.4%가 절대로 투표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지속적인 상승세로 지지율을 20%대까지 끌어올린 안희정 충남지사조차 긍정 평가의 절반가량에 육박하는 부정 평가를 함께 받고 있다. 중도 세력을 대변한다고 자임하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 대한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 역시 비슷한 수치이니 그도 비호감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론조사에서 측정하는 비호감도나 부정 평가가 개별 후보에 대한 절대적 비토 여론으로 직결되지는 않더라도 뛰어넘어야 할 장벽임에 틀림없다. 최순실 사태 같은 헌정 유린을 또 겪지 않으려면 마음에 안 드는 후보만 보인다고 정치에서 고개를 돌려버려서는 안 된다. 더욱이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데 신성한 참정권을 팽개쳐서는 안 된다. 비록 한 표를 찍는 작은 일이지만 최선 아니면 차선을 찾아보고, 그것도 아니면 차악이라도 골라야 한다. 최악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하는 이유를 고대 철학자 플라톤은 저서 `국가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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