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필동정담] 형제부양 (2017.3.28.)

joon mania 2017. 3. 27. 18:34

[필동정담] 형제부양 (2017.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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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일본에서는 한 사회 현상 분석서가 큰 주목을 끌었다. `나는 형제를 모른 척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이다.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중이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서 떠오른 현안 하나를 다뤘다. 형제간 빈부 격차와 그로 인해 생긴 형제간 부양에 대한 불안 및 해결 방법을 담고 있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느라 충분한 수입을 못 얻거나 결혼하지 않고 혼자 지내다 돌봐줄 배우자나 자식 없는 이를 형제 중에 여유 있는 쪽이 도와주는 경우가 일본에서는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교 문화의 전통에서 자식이 늙은 부모를 봉양했는데 이젠 형제 봉양으로까지 발전했다. 유교 문화 외에 강한 가족주의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니 개인주의에 익숙한 서구 사회에서는 보기 어려운 일이다.

주목할 대목은 일본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2006년에 빈부 차이를 말하는 격차 사회라는 말이 유행했고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1980년대 말까지 이어진 풍요는 거품경제 붕괴 후 사라져 1991년부터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장기 불황을 겪으며 중산층은 붕괴됐고 계층 간, 개인 간 빈부 격차가 커졌다. 여기에 초고령사회로의 진입까지 겹쳐 부양 대상 노인이 급증했으니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한국 사회가 10~15년의 시차를 두고 일본을 따라간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문화나 음식뿐 아니라 여러 사회 현상에서 유행을 따르거나 세인의 관심을 끄는 일에 깜짝 놀랄 정도로 그대로 적용된다. 지난해 우리 사회엔 금수저·흙수저를 따지는 계층 간 격차 문제가 유독 불거졌다. 2026년부턴 우리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0년 후쯤엔 형제 부양이 사회 문제로 떠오를지 모르겠다.

민법 제974조에서는 친족 간의 부양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대상은 직계 혈족과 그 배우자 간이다. 기타 친족 중에도 생계를 같이하는 경우만 포함시켰다. 해석하자면 직계 혈족과 배우자는 생계를 같이하지 않아도 부양 의무가 있지만 형제나 자매 같은 친족은 생계를 같이하는 경우에만 부양 의무를 부여한다는 얘기다.

형제나 자매를 돌보지 않으면 도덕적으로 비난을 할 수는 있겠지만 강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어떤 수단을 강구하든 가족 붕괴는 막아줘야 한다. 그래야 공동체가 유지된다. 결국 사회 전체의 복지 체계에서 떠안아야 한다. 이래저래 납세자들 부담만 늘어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