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필동정담] 봄 노란꽃(2017.4.7.)

joon mania 2017. 4. 6. 17:38

[필동정담] 봄 노란꽃(20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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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촉촉이 뿌려졌으니 이제 봄꽃으로 덮일 게다. 남녘에선 홍매화가 먼저지만 그래도 봄을 알리는 건 노란 꽃들이다. 봄 노란 꽃은 크게 넷을 꼽는다. 영춘화와 개나리, 산수유와 생강꽃이다. 둘씩 각각 닮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면서 묘한 짝을 이룬다.

도종환 시인은 "나는 아무래도 개나리꽃에 마음이 더 간다"고 고백했다. 작품 `개나리꽃`에서다.

"그늘진 곳과 햇볕 드는 곳을 가리지 않고/ 본래 살던 곳과 옮겨 심은 곳을/ 까다롭게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깊은 산속이나 정원에서만 피는 것이 아니라/ 산동네든 공장 울타리든 먼지 많은 도심이든/구분하지 않고 바람과 티끌 속에서/ 그곳을 환하게 바꾸며 피기 때문이다/검은 물이 흐르는 하천 둑에서도 피고/ 소음과 아우성 소리에도 귀 막지 않고 피고/ 세속이 눅눅한 땅이나 메마른 땅을/ 가리지 않고 피기 때문이다."

시인의 묘사처럼 개나리는 어디서든 꽃을 잘 피워낸다. 개나리꽃잎은 넷으로 보이지만 실은 통꽃이다. 비슷하게 생긴 영춘화는 5개 혹은 6개의 쪼개진 잎이 모여 꽃을 이룬다. 조선시대 과거시험에 급제한 이에게 씌워주는 어사화로 영춘화가 쓰였다는 걸 아시는지.

산수유는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나온 뒤 열매를 맺는다. 빨갛게 변하는 열매 때문에 산수유 꽃말을 불멸의 사랑으로 붙였다. 지리산 자락에서는 산수유 열매를 따서 팔아 자식들 교육시키고 시집 장가 보냈다는데 껍질을 이빨로 일일이 벗겨내는 고통스러운 사역 때문에 어머니들의 손과 치아가 열매 독에 뭉그러지는 아픔도 있었다.

생강꽃은 산수유와 얼핏 봐서는 구분하기 쉽지 않다. 빛바랜 노란색이 차이라면 차이다. 생강꽃은 나무 본가지에 붙어 꽃을 피우니 꽃대를 볼 수 없다. 꽃가지가 나와 꽃을 업고 있는 산수유와 대비된다.

생강 향기 때문에 생강꽃인데 차의 재료로 쓰고 열매를 말려 가루로 빻아 향신료로도 썼다. 노란 꽃이 떨어진 뒤 나오는 열매가 익는 순서에 따라 연두-노랑-빨강-검정으로 변해 간다는 점이 재미있다. 은행나무처럼 암수 각각 다른 그루라는 것도 특이하다.

4개의 봄 노란 꽃 중 어느 게 먼저 모습을 보이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봄비로 미세먼지도 잦아졌으니 봄 노란 꽃 보러 야외로 한번 나가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