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필동정담] 국제수로기구(IHO) (2017.4.26.)

joon mania 2017. 4. 26. 10:24

[필동정담] 국제수로기구(IHO) (2017.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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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이 바다 통행로를 안전하게 이용하기 위해 만든 기구가 있다. 국제수로기구(International Hydrographic Organization)다. 1919년 국제수로국으로 출발해 19개 회권국이 모여 1921년 정식 설립됐다. 1967년 국제수로기구 협약을 채택한 뒤 1970년부터 정부 간 기구로 격상했다. 국제수로기구에 가입해야 수로 이용에 대한 자국의 권리를 주장하고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가입국은 87개국까지 늘었다. 우리는 1957년 가입해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해양조사원이 대표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북한도 1989년 들어갔다.

국제수로기구는 `S-23`으로 불리는 해양의 경계(limits of oceans and seas)라는 해도집을 1929년부터 발간하는데, 초판에 우리와 일본 사이 바다를 동해(East Sea) 대신 일본해(Japan Sea)로 표기해 이후 주요 지도에 일본해가 통용돼 왔다. 일제 치하였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1953년 세 번째 개정판 이후 보완을 놓고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해달라는 우리의 요청에 64년째 결론을 못 낸 채 미루고만 있다.

5년마다 열리는 국제수로회의가 지난 24일 시작돼 28일까지 열린다. 외교부, 해양조사원, 동해연구회 등 정부와 민간 대표단이 모나코에 가 있다. 이번 총회에서 지키려는 일본과 추가하려는 우리의 외교전이 뜨겁다. 2012년 총회 때 동해와 일본해 병기 문제를 아예 다루지 않기로 하고 넘어갔지만 이번에 다시 의제로 올렸다. 일본 측 수비로 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2002년 11월에는 일본해 표기를 삭제하고 동해도 병기하지 않은 채 이 부분을 아예 공란으로 남겨놓기로 했다가 막판에 철회된 적도 있다.

맨손으로 시작한 동해 병기 성과는 상당하다. 병기된 세계 지도가 2000년대 초반 2% 정도였으나 이제는 100대 지도 중엔 51%, 10대 지도엔 70%에 이른다.

요즘엔 해역 인근 국가에서 제공하는 위성과 연결된 전자해도를 많이 써 해도집에 별로 의존하지 않지만 그간 해낸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낼 만하다.

동해 병기 같은 문제는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접근해야 한다. 이번 총회에서 우리 입장을 당장 관철하지 못해도 병기를 의제로 올린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모름지기 외교는 한술에 배부르려 하면 실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