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필동정담] 詩가 있는 경제학(2017.6.7.)
joon mania
2017. 6. 7. 11:29
[필동정담] 詩가 있는 경제학(2017.6.7.)

미국의 양적완화는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에 견줬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도전받고 있는 시장경제 자본주의는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에 비유돼 `흔들리지 않고 성장하는 경제가 어디 있겠느냐`는 반문으로 꾸며져 있다. 28편의 시와 노랫말이 경제현상과 이론에 들어맞게 인용돼 있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의 처참함 앞에서 케인스는 장기 접근도 중요하지만 단기에 초점을 맞추자고 역설했다. 경제가 궁극적으로 대공황으로부터 어떻게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느냐보다는 어떤 단기적인 요인들이 대공황을 일으켰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찾아내는 데 주력했다는 것이다. 여기엔 월트 휘트먼의 시 `오 나여! 오 생명이여!`가 함께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주인공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소개했던 바로 그 시다.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카르페디엠, 즉 `오늘을 잡아라`라는 구절에 접목된 시다. 키팅 선생은 "의학, 법률, 비즈니스, 공학 같은 것이 고귀한 탐구 대상이며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시와 미, 낭만과 사랑은 우리가 오늘 살아 있는 목적인 것이야"라고 외치며 휘트먼의 시를 읊었다.
저자는 미국 플로리다애틀랜틱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는 윤기향 박사다.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한국은행에서 10여 년 근무한 뒤 미국 노던일리노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는데 평소 쌓은 인문학적 소양을 한껏 보여주고 있다. 윤 박사는 시를 접목한 물리학을 보고 시와 경제학을 접목했다고 말했다. 198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리언 레더먼 박사가 이론물리학자 크리스토퍼 힐 박사와 손잡고 2011년 내놓았던 `시인을 위한 양자물리학`이다.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의 수준은 낮추되 내용의 수준은 높이려 했다고 저자는 설명했다. 경제학은 어렵다는 선입견의 빗장을 시가 있는 경제학이 풀어 젖혀 대중화를 이뤄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