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17조원짜리 프로젝트 (2017.9.7.)
[매경포럼] 17조원짜리 프로젝트 (2017.9.7.)
국산 고등훈련기 미국 판매 위해
문대통령도 트럼프에게 제안했다
방산비리 척결이냐 방산수출이냐
명분과 실용 사이의 조화점 찾기
KAI수사와 수주 여부가 시금석이다
#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 트위터로 언론플레이를 했다.한미 정상간 전화통화에서 한국의 미국산 무기구매 문제를 다뤘다고 밝혔다.북한의 6차 핵실험후 가진 긴박한 상황에서 자기네 무기 판매에 매달렸다.백악관 보도자료에는 수십억 달러 무기와 장비 구매에 대해 트럼프가 개념적 승인을 했다고 돼있다.스텔스전투기 F-35외에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나 패트리엇-3 개량형 미사일 등이 구매 대상이라고 거론된다.청와대는 이런 내용을 통화후 발표한 내용엔 담지 않았다.박수현 대변인은 통화때 무기구입 관련 대화는 없었다고 슬쩍 피했다.
#2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초 워싱턴DC로 날아가 트럼프와 만날때 우리의 초음속 고등훈련기를 사달라고 제안했다.양국 정상간에 만찬을 포함한 회담을 하면서다.우리가 미국산 전투기를 더 살테니 미국 공군에서 필요한 고등훈련기를 우리것으로 구매하라는 얘기였다.문 대통령 취임후 첫 미국 방문인데다 개별국가 상대 정상외교로도 첫 여정이었는데 경제외교부터 시작했다.트럼프는 관심을 보였지만 확답을 주지 않았다.청와대나 백악관 양측 모두 문대통령의 이런 제안을 공식 발표에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문대통령이 꺼낸 고등훈련기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만든 T-50이다.미국 록히드마틴의 기술 지원을 받아 개발한 훈련기다.마하 1.5로 날며 최대 4.5t의 무장을 할 수 있다.그동안 이라크에 24대, 인도네시아 16대, 필리핀 12대, 태국 12대 등 64대를 팔았다.금액으로는 29억3000만달러(약 3조3000억원) 어치다.지난 7월말에도 태국과 8대 추가 수출 계약에 서명했다.2억6000만달러 규모다.
KAI는 지금 이들 네 나라 판매 규모를 압도적으로 웃도는 대형 프로젝트에 매달리고 있다. APT(Advanced Pilot Training)로 불리는 미 공군 노후 훈련기 350대를 교체하는 사업이다.1차로 17조원 어치이고 이후 가상적기와 후속기체 분야에 33조원 그리고 50조원 까지 추산되는 제3국 시장 물량을 합쳐 총 100조원을 헤아리는 초대형 발주다.
KAI는 록히드마틴과 컨서시엄을 구성해 뛰어들었다.지난 3월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다 6월에 항공기 성능과 데이터 검증 작업을 마쳤다.최종제안서 제출은 KAI-록히드마틴과 보잉-사브 컨소시엄 그리고 DRS테크놀로지 3파전이다.11월까지 실전 평가와 심사를 거치고 12월에 결론 낸다.
그런데 KAI측에 치명적인 변수가 생겼다.검찰의 KAI에 대한 전방위 수사다.상황이 급변할 판이다.하성용 전 대표의 횡령 혐의에다 수백억원대 원가 부풀리기,협력업체에서 받은 리베이트 등을 캐고 있다.
기껏 개발한 뒤 엉망진창인 성능 때문에 전력화 여부를 주저하는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을 보면 고질적인 방위산업체의 비리와 환부를 이참에 제대로 도려내야 할것 같다.하지만 APT 사업을 생각하면 난감해진다.미국의 연방획득규정(FAR)에 따르면 정부 계약자에게 건전성과 정직성이 결여됐음을 보여주는 위법 행위가 드러나면 입찰 자격에 제한을 받도록 돼있다.급기야 KAI 노조가 전임 경영진의 비리 단죄와 회사의 수출 프로젝트를 분리 할수 있도록 해달라며 나섰다.개인 비리나 방위산업의 썩은 부위를 도려내는 작업은 진행해야겠지만 이로 인해 그동안 공들인 사업이 흔들리는 사태는 막아야한다는 절박함의 표시였다.
17조원 짜리 수출을 위해 전임 경영진의 비리와 위법 수사를 멈추라는 식의 단선적인 요구는 안맞다.고질적인 방산비리의 근본 구조를 혁파하는 일이라면 끝까지 파헤쳐야한다.개인 비리와 회사 차원의 구조적 문제가 구분되지 않는한 도덕성 잣대에서 자유로워지기 어렵다.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올려 속히 끝내줄 필요가 있다.이와 별도로 책임지고 이끌 새 경영진을 지체없이 선임해야한다.
명분과 실용은 얼핏 공존하기 어려워보인다.그래도 묘안을 끌어내야한다.방산비리 척결이냐 방산수출 달성이냐에 대한 조화점 찾기다.KAI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와 APT 수주 여부가 대표적인 시금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