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컬럼

[매경포럼] 다름과 함께 하기(2017.10.12.)

joon mania 2017. 10. 11. 18:00

[매경포럼] 다름과 함께 하기(2017.10.12.)


병자호란때 척화 주화 논쟁은 팽팽했다
치욕 겪었고 누가 옳았는지 판명 어렵다
신고리5,6호기 공론조사 박빙으로 나와도
결과대로 수용해야 또 다른 갈등 막는다



영화 남한산성은 소설보다 훨씬 박진감 넘쳤다.상황을 고스란히 재현해낸 감독의 뛰어난 상상력 덕분일듯 하다.영화속 압권은 두 사람의 치열한 논쟁이었다.인조 임금 앞에서 벌어진 주화파 최명길과 척화파 김상헌의 양보없는 줄다리기다.최명길은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나라와 백성의 목숨을 지켜야 나라를 지킨다고했다.김상헌은 청의 공격에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끝까지 맞서 싸워 대의를 지켜야 나라를 구한다고 맞섰다.
팽팽한 설전은 이렇게 전개된다.
최:상헌이 말하는 죽음으로써 삶을 지탱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김:명길은 삶과 죽음을 구분하지 못하고. 삶을 죽음과 뒤섞어 삶을 욕되게 하는 자이옵니다. 
최:죽음은 견딜수 없고 치욕은 견딜수 있사옵니다. 전하 만 백성과 함께 죽음을 각오하지 마시옵서서.
김:한나라의 군왕이 오랑케에 맞서 떳떳한 죽음을 맞을지언정 어찌 만 백성이 보는 앞에서 치욕스러운 삶을 구걸하려 하시옵니까.저는 차마 그런 임금은 받들지도 지켜볼 수도 없으니 지금 이 자리에서 신의 목을 베소서.
최:무엇이 임금이옵니까. 오랑케의 발밑을 기어서라도 제 나라 백성이 살아서 걸어갈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자 만이 비로서 신하와 백성이 마음으로 따를 수 있는 임금입니다. 지금 신의 목을 먼저 베시고 부디 전하께서는 지금 이 치욕을 견뎌 주소서.
그들의 논쟁을 보며 다름과 틀림의 방정식을 떠올렸다.둘에게 나라와 군왕을 지켜야한다는 목표는 같았다.저항이냐 협상이냐 방법론에서 달랐다.결국 인조가 청태종에게 세번 절하고 아홉번 머리를 조아리는 굴욕을 당했고 50만여명의 백성이 청나라로 끌려갔다.누구의 방법론이 옳았는지 틀렸는지는 훗날 역사에서도 쉽게 결론내지 못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후 이어지는 일련의 정책을 놓고 찬반 양 진영의 논쟁이 곳곳에서 뜨겁다.당장 사흘후 최종 결론을 내놓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 쏠리는 관심이 크다.478명의 시민참여단이 한달여 학습과정을 거쳐 2박3일의 합숙토론후 오는 15일 공론조사에서 찬반 입장을 내놓는다. 공론화위는 이를 토대로 20일 정부에 권고안을 제출한다.7월24일 공론화위 출범뒤 심심찮게 불거졌지만 지금도 시민참여단에게 제공된 자료의 공정성에 찬반 양측에서 돌아가며 시비를 제기하고 있다.이 와중에 유럽에서는 신고리 5,6호기 표준설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인정해줬다.유럽 안전 기준을 통과한건 미,일,프랑스,러시아 뿐이었다.바깥에서는 우대받는데 정작 안에서는 무시당하는 꼴이랄까.
공론화위는 시민참여단의 의견이 아슬아슬하게 박빙으로 나오는 결과를 가장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찬성이든 반대든 한쪽으로 쏠리면 선택이 쉬울테지만 근접하게 나오면 승복하지 못하겠다고 나올수 있기 때문이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공론조사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재차 밝혔다.공론화위가 져야 할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다. 공론화위와 시민참여단 제도를 도입한 이상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존중하는게 맞다.토론과 숙의를 통해 사회적 갈등의 해법을 찾는 또 하나의 민주주의 모델을 택했으니 정부와 국민 모두 감당해줘야한다.
요즘 서울 덕수궁옆 돌담길 끝 언덕위 서울시립미술관에 가면 눈길 끄는 전시회를 만날 수 있다.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영국에서 일어난 사건과 활동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인데 분열과 이질적 정체성을 딛고 통합을 이어가는 사회를 투영하고 있다.작가들은 불협화음을 내면서도 시끄럽게 울리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영국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그래서 내건 제목이 ‘불협화음의 기술 그리고 다름과 함께 하기‘ 다.
같은 목표와 지향점을 향해서라면 방법론이 달라도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그러려면 불협화음이 버텨낼 공간을 만들어줘야한다.상대의 주장이 틀리다고 외면해버리면 극복과 승화는 어렵다.다르다고 인정하는데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다름과 함께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