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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정담] 루터 500년 레닌 100년(2017.11.1.)
joon mania
2017. 11. 1. 08:45
[필동정담] 루터 500년 레닌 100년(2017.11.1.)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 소속으로 신부의 길을 걷던 루터는 면죄부를 팔 정도로 부패한 로마 가톨릭교회에 정면으로 맞섰다. 1517년 비텐베르크성 내 만인성자교회 문에 붙인 95개의 논제가 기폭제였다. 가톨릭교회와의 싸움은 격화됐고 루터의 논제는 대중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라틴어만 고집한 로마 교황청에 맞서 쉬운 독일어로 번역한 성서와 논제가 대중을 파고들었다. 1519년엔 유명한 라이프치히 논쟁으로 이어졌고 십자가 신학이나 성서 우선주의가 발아됐다. 프로테스탄트는 그렇게 태동했다.
로마노프왕조의 차르 체제 붕괴와 세계 첫 사회주의 국가의 문을 연 러시아혁명도 올해 100주년을 맞았다. 1917년 농민과 소수의 전위세력 볼셰비키에 의해 이뤄진 러시아혁명은 민중이 지배집단을 무너뜨린 점에서 1789년 프랑스혁명만큼이나 이후 세계사에 획을 그은 사건이었다. 하지만 사회주의는 스스로 몰락했고 이후 냉소와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해 러시아혁명에 대한 역사적 평가까지 뒤집히게 만들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루터의 개혁은 유럽을 중세로부터 끊어내고 근세로의 진입을 이끌었다. 교회와 종교뿐 아니라 정치, 경제, 학문, 문화, 언어에 걸쳐 유럽을 넘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레닌의 러시아혁명은 식민지시대 피압박 민족들에게 해방투쟁의 불을 붙였다. 2차 대전 후엔 중국, 북한, 베트남, 쿠바 등에서의 사회주의 국가 건설로 이어졌다. 그러나 소련 붕괴와 중국의 자본주의 도입으로 뒤틀어졌고 이젠 학문적 영역에서나 주목받는다.
과거는 현재를 매개로 미래로 이어지는 필연적 전제로서 존재한다. 종교개혁 500주년과 러시아혁명 100주년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선다. 미래를 위해 지금의 모습을 반성하고 돌아봐야 할 디딤돌로 삼아야 제대로 의미를 갖는다.